한 그라피티 예술가가 훼손한 서울 청계천의 베를린장벽 일부가 복원 불가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장벽을 독일에서 건너올 당시와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기로 했다며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장벽을 훼손한 정태용 씨에게 청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정씨가 베를린장벽에 칠한 스프레이를 지우는 게 가능한지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전문가들은 훼손된 베를린장벽을 살펴본 뒤 “정씨의 낙서를 완벽히 지우기는 힘들어 기증 당시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씨가 그라피티에 사용한 유성 스프레이가 원본 콘크리트에 부분적으로 스며들어 완벽히 지우기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훼손된 베를린장벽의 재현 작업은 일주일 정도 걸리며 재현비용은 약 1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남아 있는 정씨의 낙서를 최대한 지운 뒤, 1980년대 서독 국민들이 통일된 독일을 염원하며 그려놓았던 낙서를 다시 그려 넣을 계획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2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현 작업 비용을 정씨에게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정씨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점도 언급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 12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날인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충일을 기념해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미래와 평화를 상징하는 철학을 담아 메시지를 표현했다”며 “남북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티스트로서 이상을 염원하는 마음을 소리 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범죄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것에 본래의 생명을 넣어주고자 저의 메시지와 철학을 담아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저의 행위로 하여 주변분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면 정중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은 바 있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