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농락골’ 모드리치 “메시 봉쇄해 이겼다”

입력 2018-06-22 16:13
크로아티아 공격수 루카 모드리치가 22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5분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공격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봉쇄해 아르헨티나를 이길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역설적으로 그의 발언은 메시에게 공격력 상당수를 의존한 아르헨티나의 단순한 전술을 꼬집은 셈이 됐다.

크로아티아는 22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3대 0으로 격파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17일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2대 0으로 제압했다. 중간전적 2승(승점 6) 5득점 무실점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해 처음으로 대표팀을 꾸려 출전한 당시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현직 크로아티아축구협회장인 다보르 수케르는 당시의 대표팀을 이끌었다.

크로아티아에 20년 만에 나타난 ‘영웅’은 모드리치였다. 35세 베테랑이지만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중원 사령관’이다.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며 방향과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슛 타이밍이 특징이다.

모드리치는 이 능력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35분 아르헨티나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방향을 이리저리 틀어 슛 타이밍을 잡은 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열었다. 아르헨티나의 전의를 무너뜨린 쐐기골.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드리치를 ‘맨 오브 매치(MOM․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크로아티아 공격수 루카 모드리치가 22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후반 35분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리고 있다. AP뉴시스

모드리치가 펄펄 나는 동안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잠잠했다. 슛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모드리치는 승리의 원인으로 메시를 철저하게 봉쇄한 크로아티아 수비진을 지목했다.

모드리치는 경기를 마치고 “메시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위험한 선수다. 그에게 전달될 공을 모두 차단했다”며 “메시는 대단한 선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반전에 세 차례 만든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골이 들어가 이길 수 있었다. 선제골은 아르헨티나 골키퍼의 실수 덕이었다”며 “쉽게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모드리치는 이제 토너먼트 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년 전 수케르가 그랬던 것처럼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결승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제가 남았다. 그는 “첫 목표(16강 진출)를 달성했다. 오늘 승리에 도취해서는 안 된다”며 “아직 경기가 남았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