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이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 아이슬란드와 나이지리아의 승부를 지켜본 뒤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조별리그 최종전을 승리한 뒤 다른 경기장 상황을 살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아이슬란드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중간전적 1무1패(승점 1)를 기록해 3위로 밀렸다. 앞선 1차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올라온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졸전 끝에 1대 1로 비겼다. 크로아티아는 2승(승점 6)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다.
아르헨티나는 아직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지 않았다.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다만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 2위를 놓고 경쟁할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에 돌아갈 승점이 적어야 한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아이슬란드와 나이지리아가 이날 자정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리는 D조 2차전에서 비기는 것이다.
분명하게 갈린 승패로 아이슬란드와 나이지리아 중 어느 한쪽이 승점 3점을 가져가는 것보다 승점 2점을 반으로 쪼개 나눠 돌아가는 편이 아르헨티나에 유리하다. 이 경우 아이슬란드는 2무(승점 2), 나이지리아는 1무1패(승점 1)로 아르헨티나와 승점을 크게 벌리지 못한다.
아르헨티나에 차선은 나이지리아의 승리다. 이 경우 나이지리아는 1승1패(승점 3)를 기록해 2위로 올라서고,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는 나란히 1무1패(승점 1)로 승점이 같아진다. 아르헨티나가 골 득실차에 따라 4위로 밀릴 수는 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많은 골을 넣고 이기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아이슬란드가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이겨도 골 득실차로 따돌릴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시나리오에서 최악은 아이슬란드가 나이지리아를 이기는 경우다.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나이지리아는 이 경우에서 2패(승점 0)로 탈락을 확정한다. 아이슬란드는 1승1무(승점 4)로 2위에 올라선다.
이때부터 아르헨티나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 오는 27일 오전 3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 D조 3차전을 이겨도, 같은 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할 아이슬란드가 패하지 않으면 탈락이 확정된다. 아이슬란드는 패배해도 골득실에서 앞서면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공격진에서 득점에 성공한 선수는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뿐이다. 슈퍼스터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앙헬 디 마리아(파리 생제르맹)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은 두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한때 약체로 여겼지만 지금은 생존을 경쟁하는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의 손에 운명이 놓였다. 아르헨티나의 비참한 현실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