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뜨거운 예멘인 500여명 입국 찬반…‘인도주의 접근해야’vs‘난민 자격 검토부터’

입력 2018-06-22 13:33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내전을 피해 탈출해 제주도에서 입국 신청을 한 예멘인 500여명에 대한 입국 찬반 논란이 뜨겁다. 입국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예멘인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입국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들이 입국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성폭행, 절도 등 범죄를 우려하고 있다.

UN은 ‘인종·민족·종교·신분·정치적 의견 등의 5가지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난민은 일시적인 정치요인보다 각국의 국가기능이 실패하면서 벌어지는 사회혼란과 구조적인 경제난을 피해 발생하고 있다. UN은 “지난해 말 누적 난민이 6850만명에 달한다”고 보고하면서 “중동·아프리카에서 대부분 난민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하는 난민은 고충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가족 단위로 도망치는 ‘생계형’ 탈출이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성인 남성이 먼저 해당 국가로 이주해 난민 지위를 받은 후 나머지 가족이 이주하는 식이다.

지난주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은 총 561명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이 2015년부터 벌어진 예멘 내 수니파와 시아파 간 내전을 피해 제주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 신청자인 42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입국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입국 불허국가로 지정했다. 제주도로 들어오는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글은 6일만에 30만명이 넘게 동의하면서 청와대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예멘인 입국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배우 정우성은 지난 2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달라”며 호소했다. 입국 찬성론자들은 예멘인들의 난민 수용이 ‘해당 사람들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 제기된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난민 인정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범죄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난민들은 걸러진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반대 측 목소리는 더 높다. 이들은 한국 전체로 봤을 때는 입국자 500여명이 많은 수가 아니지만 제주도에서의 500여명은 그 규모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유럽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Taharrush jamai·무슬림 국가에서 보고된 범죄로 공개된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움직이며 시야를 가리고 여성에 성폭행·강간을 시도한다)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미 무슬림들이 2016년 종각역 집단 성폭행을 모의하기도 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또 이번 예멘인 입국자들은 대부분 성인 남성으로 짧은 기간 내에 대거 난민 신청을 한 것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반대론자들은 이질적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제주도에 500여명이나 들여올 경우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제주도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입장도 이해하지만, 기존 난민법에 따라 난민 지위를 줄 수 있는지부터 신중하게 검토하고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난민 여부 검토를 위해 예멘인 입국자들의 신분, 출신, 배경, 과거 범죄 유무, 자국 탈출이유·경과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범위 ±4.4%)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 찬성이 39%, 반대가 49.1%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최근 내전을 피해 제주로 온 예멘 난민의 수용 여부를 두고 한편에서는 문화적 이질감이나 안전 문제로 반대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의 책임이나 인도주의 차원에서 찬성하는 입장인데요”라고 찬성 여부를 전국 남녀 500명에게 물었다. 이들의 수용 반대 의견은 수용 찬성 의견보다 10% 높았다.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도 8%,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도 23.4%로 나타나 반대 의견의 강도가 높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편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1일 “지난달 초 예멘인 대거 입국 이후 21일까지 예멘인 관련 신고는 모두 7건이며 이 가운데 범죄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접수된 신고 7건은 소란행위 2건, 임산부 등 응급환자 3건, 길 물음 1건, 생활고 1건 등으로 파악됐다. 입국 초기에는 공원 등에서 노숙하던 예멘인도 있었지만 정부 차원 취업 지원 이후 노숙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가 나오면서 ‘그것 봐라. 입국 반대는 과도하다’는 찬성론 입장과 ‘입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앞으로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등 예멘인 입국 찬반론에 대한 논쟁은 더 뜨거워졌다.

정부는 예멘 입국자 처리와 난민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1차적 지원은 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난민의 날인 지난 20일 “예멘 입국자에 대해 취업지원, 인도적 지원, 범죄 예방의 세 가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면서 “농사·축산과 관련한 취업 허가를 내주고 식자재 제공과 무료 의료 지원 등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계류 중인 법도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8월 개정안을 발의해 ‘인도적 체류자(난민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에게도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이 필요하다고까지 주장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