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 ‘골든타임’ 임박… 실종 미스터리 6

입력 2018-06-22 13:15 수정 2018-06-22 17:56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이 일주일째 행적이 묘연하다. 여고생 A(16)양은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구해준다고 했다”며 집을 나섰다가 소식이 끊겼다. 아빠 친구였던 용의자 B(51)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B씨 행적을 상당 부분 밝혀냈으나 A양 소재 확인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사건은 신고 12시간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42%, 일주일이 지나면 11%로 떨어진다. 따라서 경찰은 만 일주일이 되는 ‘골든타임’ 23일까지 A양에 대한 단서를 찾고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수사와 구조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주민들의 도움까지 받아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 인력 853명과 헬기, 드론, 탐지견 등이 투입됐다. A양의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강진군 도암면 야산 등을 집중 수색하는 중이다. 하지만 수색 범위가 넓고 풀이 높게 자란 곳도 있는 데다가 저수지나 수로도 가시거리가 30cm에 불과할 만큼 시야가 짧아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 B씨의 함구령 “아저씨가 말하지 말랬는데…”

A양은 친구에게 자신이 소개받을 ‘아르바이트’에 대해 ‘비밀’이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실종 일주일 전 A양을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했고 “알바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A양은 이런 이야기를 실종 직전 친구에게 털어놨다. A양은 친구에게 “내일 아르바이트 하러 간다. 내 SNS 메시지를 잘 봐. 그리고 아저씨가 알바 소개해 줬다고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혹시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A양이 해당 아르바이트에 대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의미다. 즉, 부적절한 아르바이트였을 수 있다고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문자메시지로 부탁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 B씨, 가족들에게 “당구장 간다”며 13분 외출

B씨는 A양 실종 당일 13분 간 외출했다. 가족들에겐 읍내에 있는 당구장에 다녀온다고 했으나 휴대전화 신호는 집에서 4km 떨어진 저수지 부근에서 잡혔다.

경찰은 B씨 차량이 16일 오후 9시20분쯤 전남 강진군 군동면에 있는 집에서 나가 13분 뒤인 오후 9시33분쯤 돌아온 사실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 A양은 이날 B씨를 만나러 2시경 집을 나섰고 휴대폰은 낮 3시경 꺼졌다.

B씨는 평소에도 운동 삼아 해당 저수지를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다른 목적으로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휴대전화 발신 신호의 오류를 염두에 두고 B씨의 동선이 가능하지를 확인하고 있다.

◇ B씨는 왜 A양 어머니를 보고 ‘황급히’ 도망쳤나

B씨는 A양이 실종된 16일 오후 11시30분쯤 집 초인종이 울리자 가족들에게 “불을 켜지 마라”고 한 뒤 황급히 뒷문으로 향했다. 당시 B씨가 집에서 나온 뒤 골목길을 내달리는 모습은 19일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에 담겼다.

이전 A양의 가족들에게 “A양을 집에 내려줬다”는 문자메시지를 하는 등 태연하게 일관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B씨가 범죄를 저지른 뒤 수사 범위가 좁혀져 오니 불안함을 느끼고 도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B씨가 내린 극단적 선택의 의미

B씨는 실종 다음 날인 17일 오전 6시17분쯤 집 근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의 행방을 찾던 A양의 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으로 급히 달아난 뒤 일어난 일이다. 현장에서 유서나 타살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A양 어머니는 이날 오전 0시 57분에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가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 같은 곳에서 잡힌 휴대전화 신호… 우연의 일치?

실종 당일 B씨와 A양이 이동한 동선이나 시간대가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실종 초기부터 B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던 이유다.

16일 오후 2시쯤 A양이 집을 나선 직후 B씨의 승용차는 A양 집과 약 600m 떨어진 곳 CCTV에 찍혔다. B씨는 고향인 이 마을에 오후 2시16분쯤 도착해 마을 인근 야산에 주차를 했다.

외출 당시 A양은 오후 2시1분쯤 ‘아르바이트를 소개 받으러 간다’ ‘만나서 해남 방면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연락이 끊겼다. A양의 휴대전화는 오후 3시쯤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CCTV 분석 결과 B씨의 승용차는 이날 오후 5시35분쯤 강진읍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 흔적 없애려는 시도?… 세차·물건 태우는 모습 등 포착

실종 당일 집에 돌아온 B씨는 무언가의 흔적을 없애려 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양이 사라진 직후 귀가해 오후 5시50분쯤 세차를 했다. 또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을 태우는 모습도 인근 CCTV에 찍혔다. B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게에 두고 외출한 점이나 차량 블랙박스를 끈 점도 의아하다.

경찰은 B씨의 차량에서 확보한 머리카락과 지문, 집에서 확보한 소각 흔적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현재까지는 B씨의 차량에서 혈흔이나 A양의 물건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