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2일 자신이 자유한국당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 “궤멸 상태에서 서로 욕하고 치고받고 있는데 외부 사람이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일축했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혼란에 빠진 자유한국당 상황에 대해 "자신들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나가야만 진실성이 있는 새로운 출발”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비대위 구성안은 수습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 많이 해봤다. 야당도 해보고 여당도 해봤는데 전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은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며 “움직이는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저 사람들 과거에 그렇게 싸우더니 이제는 제대로 당 뭉쳤구나. 아직 기대해 볼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게 대안이지 다른 게 대안이 아니다”며 “사람이 없어서 대안이 아니라 뜻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당 현 상황이 이렇다는 말”이라고 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으로는 홍준표 전 대표 등 당시 당 지도부를 지목하며 “홍 대표가 있을 때 이런 어려운 과정 속에서 야당답게 싸울 때는 싸우고 국민들에게 잘못을 사과할 때는 사과하고 분명한 태도를 국민에게 보였더라면 그렇게는 (선거참패) 안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당시 야당에는 지도자가 없었다. 홍 대표가 지도자답게 행동을 못했던 것이 가장 결정적 원인”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참패로 맞은 보수진영의 위기에 대해선 “보수 정당이 보수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수다운 행동을 못했다”면서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보수의 궤멸이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조금 더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향성을 보면 진보가 30%, 보수가 30% 또 중도가 40%”라며 “이 보수와 진보의 각각 30%는 아직도 건재한데 중도 세력이 이번에는 보수를 떠나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도층에게 보수가 버림을 받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 과정에서 보수가 전혀 자기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며 “제가 소집한 국가 원로회의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안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외면을 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제안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탄핵도 없을 것이고 저렇게 옥살이도 안 해도 됐지 않았겠는가. 또 한편으로는 진보 세력 쪽이 기회라 생각하고 모여서 소위 이념적 전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