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신종 환경 호르몬·발암물질 다량 검출에 ‘비상’

입력 2018-06-22 10:40 수정 2018-06-22 10:51
권영진 대구시장이 20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수돗물 생산 시설인 매곡정수장을 방문해 녹조 발생 상황에 관해 설명을 듣고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TBC가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신종 환경 호르몬과 발암 물질이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고도 정수 처리를 거쳐도 제거되지 않고 끓이면 농도가 더 높아져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TBC는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과불화화합물 대책’이라는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했고 지난달 21일과 24일 매곡과 문산취수장에서 8종의 과불화화합물을 검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과불화헥산술폰산 수치가 낙동강 원수는 152.1~169.6, 정수된 수돗물은 139.6~165.6ppt로 나타났고, 과불화옥탄산 경우 낙동강 원수는 12.1~19.9, 정수된 수돗물은 13.5~16.5ppt까지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은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 물질로 프라이팬 코팅제와 반도체 세정제, 살충제 등에 사용된다. 신종 환경 호르몬인 과불화옥산탄은 발암 물질로도 분류됐는데 몸 속에 쌓여 생체 독성을 유발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문제는 과불화화합물이 고도 정수 처리를 거쳐도 10~15% 밖에 제거되지 않고 끓이면 농도가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김영철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은 TBC와의 인터뷰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끓는 점이 높고 해서, (직접)실험을 해보니깐 농축돼서 더 높게 농도가 나타나지 끓여서 (과불화헥산술폰산)제거는 전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최근 과불화화합물 3종을 수돗물 감시 항목을 지정했지만 수질 기준은 없는 상태다. 호주와 캐나다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수질 기준을 만들었는데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합물 농도는 호주 먹는 물 권고 기준을 2배 초과한다.

대구시는 과불화화합물이 구미공단에서 배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가 대구 취수원 상류 지역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에서 5068ppt의 고농도의 과불화헥산술폰산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보도 이후 22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대구시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한 청원이 빗발쳤다. 대구시 수돗물 발암물질 검출에 대한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해달라는 청원 글은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3492명이 서명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