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수사권 조정 최종 합의안이 발표됐다. 경찰에는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주고, 대신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권 등 사법통제권을 갖는다. ‘수사권 독립’을 요구해온 경찰과 경찰권 남용 등을 우려하는 검찰의 입장을 각각 반영하며 이뤄낸 절충안이지만, 동시에 어느 쪽도 만족하기 힘든 ‘절반의 조정’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개혁과 연결되는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 등도 구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 총리는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대등적 관계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의 수호를 위해 협력하면서 각자의 책임을 높이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수사권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최종안 발표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 등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 권한은 원칙적으로 모두 폐지된다.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을 검사가 지휘하는 기존 형사소송법 체계의 틀이 전면 개편되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성한 ‘3자 협의체’에서 도출됐다.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한 조정안인 셈이다. 논의 과정에서는 검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검찰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종 조정안 발표로 공방을 거듭해온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평가는 갈린다. 1987년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 독립 이후 경찰의 숙원 사업이었던 ‘수사권 독립’이 실현되는 셈이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반쪽 조정안’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검찰에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징계 요구권 등을 주기로 하면서 검찰의 통제·개입 여지가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공식 입장문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가 폭넓게 인정된 점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점 등이 아쉽다”고 밝혔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지휘권을 전면 폐지하면서 경찰의 수사 과정을 견제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자치경찰제와 경찰대 개혁방안 등은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다만 조직적 반발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퇴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개혁·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이 강조돼온 과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방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명국가다운 형사사법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은 “검·경 양측에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서로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조정안이 만들어진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이사야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