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떼어 놓은 아이들…국경에서 3200㎞ 떨어진 뉴욕에 고립

입력 2018-06-21 20: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이민 가족 분리 정책을 중단시키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관용 정책’으로 불법입국자의 자녀들이 국경에서 3200여㎞ 떨어진 뉴욕시에 고립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관용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그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모와 격리된 불법입국자 자녀를 뉴욕까지 보내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드 블라시오 시장은 연방정부가 뉴욕시 할렘 지역의 아동 양육기관 카유가 센터(Cayuga center)로 불법입국자 자녀 350명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중 텍사스 주에서 출발한 9살짜리 온두라스 소년을 비롯해 239명이 아직도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가톨릭 자선단체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에서 온 아이들은 거의 모두 10세 미만이며 정부는 이들을 동반자가 없는 미성년자로 인정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그저 엄마를 따라 국경을 넘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드 블라시오 시장은 “연방 정부는 뉴욕으로 보낸 아이가 몇 명인지 어디에서 거주하는지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며 “연방 정부는 뉴욕 시민들의 정보를 막고 이 아이들이 필요로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관용 정책을 시행한 지난 2달간 2300여명의 불법입국자 자녀가 부모로부터 격리됐다. 이 정책은 당장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발에 부닥쳤다. 지난 19일에는 뉴욕 등 7개 주의 주지사가 멕시코 국경을 지키던 주방위군 병력을 철수하거나 파견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론의 압박을 못 이긴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입국자 부모와 가족을 격리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일부 불법입국자 자녀들은 여전히 고립된 상태로 언제 부모와 만나게 될 지 알 수 없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