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6·13 시도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외고·자사고 폐지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부산국제외고가 최초로 일반고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운동장에 모여 교가를 부르며 항의하고 있고 학교 측은 퇴학까지 언급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항의하고 나섰다. 학부모 300여 명은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열흘 동안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7차례에 걸쳐 일반고 전환 반대집회를 가졌다. ‘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글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이들은 시교육청 특목고 지정운영심의위에서 일반고 전환 방침이 통과될 경우 전국외고연합회와 합동으로 반대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TV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이사회를 열고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일반고로 전환한 뒤 외고의 비싼 수업료나 교과 과정, 교사 배치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교 이름마저 독단적으로 바꾸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선 1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당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조 교육감은 “당장 내년부터 자사고·외고의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할 5년 주기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된다.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엄정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는 학교들은 일반학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자사고 13곳, 2020년에는 자사고 10곳, 외고 6곳이 재지정을 위한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조 교육감은 우수학생을 선점하는 자사고의 선발효과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법령 개정(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그는 “법령 개정을 통해 외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교육감 재직시절부터 줄곧 추진해온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2월 말 최명재 민족사관고 이사장,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오연천 현대청운고 이사장 등 자사고 이사장들과 학부모 등 9명이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