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들이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아는 것처럼 러시아 국민들도 박경리 선생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의 동생(사진)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도 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내 현대조각정원에서 한국·러시아간 민관 대화채널인 ‘한러대화’ 주최로 열린 ‘박경리 동상 제막식’에서 “러시아 최고의 학술·문화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제막돼 무척 감격스럽다”며 “러시아에서 푸시킨이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듯이 한국 국민들은 박경리 선생을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오늘 이곳에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세워지게 된 것은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예술성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생각한다. 이번 박경리 선생의 동상 제막을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서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동석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초영사는 이날 “도종환 장관은 박경리 선생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며 “이번 박경리 선생의 동상은 건립은 한븡러 문화외교사업 일환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작가동맹은 2012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동상을 서울에 건립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듬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푸시킨 동상이 세워졌는데 이번에 그에 화답으로 박경리 동상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건립됐다”고 설명했다.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러시아의 국민시인이다. 그는 결투로 막을 내린 38세의 길지 않은 생애를 통해 희곡, 시,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날 행사엔 도 장관을 비롯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이규형 한러대화 조정위원장, 박경리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동상을 만든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선 메딘스키 블라디미르 로스티슬라보비치 문화부 장관과 크로바체프 니콜라이 미하일로비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총장 등이 참석해 행사를 축하했다.
청동으로 만들어지 박경리 선생의 동상은 실물 크기의 3분의 2 정도이며, 기단부엔 박경리 선생의 시 ‘삶’의 마지막 시구인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가 러시아어와 한글로 새겨져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