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모래바람’이 러시아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서아시아·북아프리카 5개국 중 3개국이 두 경기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가장 먼저 탈락을 확정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21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전반 23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0대 1로 졌다.
이로써 2전 전패(승점 0·골 -6)를 기록한 사우디는 남은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사우디의 패배로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에 1대 3으로 져 2패(승점 0·골 -3)를 기록 중이던 이집트도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집트는 유럽과 인접한 북아프리카 국가다. 아프리카 최종예선 E조 4승1무1패로 1위에 올라 28년 만에 본선으로 진출했다. 핵심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해 전력이 약화됐고, 그 결과 조기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사우디는 아시아 최종예선 B조에서 호주를 3위로 밀어내고 2위에 올라 본선으로 직행했다. 호주는 아시아·북중미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행 막차에 올라탔다. 아시아에서 토너먼트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정작 본선에서 졸전 끝에 가장 먼저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세 번째로 탈락한 나라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모로코다. 사우디·이집트와 마찬가지로 중동 국가다. 20일 밤 9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대 1로 져 2패(승점 0·골 -2)를 기록했다. 21일 오전 3시 카잔 아레나에서 이란이 스페인에 0대 1로 패배하면서 모로코는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이란에 0대 1 패배로 이어진 후반 추가시간 5분 공격수 아지즈 부하두즈(상파울리)의 자책골이 뼈아팠다. 모로코는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16강 진출의 희망을 마지막 3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종예선 C조에서 코트디부아르를 밀어내고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단 1패도 없이 3승3무를 기록했다. 본선에서는 승점 1점을 획득할 가능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모로코의 마지막 3차전 상대는 ‘무적함대’ 스페인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은 중동 국가는 서아시아의 이란,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뿐이다. 이란의 경우 같은 중동 국가인 모로코를 잡았고, 스페인을 상대로도 압박과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중동 국가 중에서는 가장 선전하고 있다.
이란은 B조에서 1승1패(승점 3)로 선두권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오는 26일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포르투갈을 잡으면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월드컵 득점 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골·레알 마드리드)로 무장한 강호. 쉽지 않은 상대지만, 이란은 적어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튀니지는 오는 23일 벨기에와 G조 2차전에서 16강 진출 여부를 타진한다. 앞선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는 1대 2로 졌다. 비록 졌지만 후반 추가시간 2분 잉글랜드 공격수 해리 케인의 결승골이 터질 때까지 90분 넘는 시간 동안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벨기에를 상대로 의외의 결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
튀니지가 벨기에에 패할 경우 24일 파나마와 G조 2차전을 벌이는 잉글랜드가 승리하면 탈락을 확정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