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미국 출국 엿새만인 21일 새벽 4시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후보는 6·13 지방선거 낙선 직후인 지난 15일 딸 설희씨의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후보의 귀국은 당내 인사들조차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조용하게 이뤄졌다. 당초 19일에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이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안 전 후보는 출국 전 있었던 캠프 해단식에서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며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는 안 전 후보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일 있었던 당 워크숍에서 ‘정계 은퇴론’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안철수의 사심으로부터 모든 비극이 출발했다”면서 “자성의 시간을 갖겠다는데 그런 시간 3년 정도 가지신 다음에 다시 하시더라도 아니면 떠나시는 게 낫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안철수가 결단을 내려야 될 문제인데 정계 은퇴를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의 멘토로 알려졌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20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더는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더 사회에 기여하는 길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한 뒤 “6년 이렇게 하는 걸 보니까 앞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쟁주자였던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에게 밀려 3위에 머물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52.8%)과 김 전 후보(23.3%)보다 뒤처진 19.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시장 외에도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이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