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봉하마을 농사꾼→국회의원’ 김정호에 “너 참 잘하데?”

입력 2018-06-21 13:06 수정 2018-06-21 13:08
사진=김정호 당선인 페이스북/ 이광재 전 강원도 도지사 블로그

‘노무현 비서관’에서 봉하마을 농사꾼으로, 다시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정호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봉하쌀’을 올려놓고 통곡했던 그는 6·13 지방선거에 당선된 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통화 내용은 20일 CBS라디오 ‘시사포커스 경남’을 통해 전해졌다.

김 당선인은 “아니 손쉽기는 뭐가 손쉽습니까. 발품 많이 팔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진행을 맡은 김효영 CBS 기자가 김 당선인을 소개하며 “손쉽게 당선됐다”고 한 것에 대한 농담 섞인 반박이었다. 김 당선인은 김경수 전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전략 공천됐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63.01%의 득표율을 얻으며 2위에 머무른 서종길 자유한국당 후보(30.0%)를 크게 이겼다.

김 당선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선거가 끝난 뒤 전화를 걸어 “참 잘됐다. 너 참 잘하데”라고 축하했다. 김 당선인은 “칭찬을 아주 거하게 해주셨다”면서 “제가 농사만 지어서 못할 줄 알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설이나 유권자들 만나는 일을 걱정하셨던 것 같다. 우리가 하면 잘한다”며 “국회의원 선배시니까 지역구 관리나 거처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인은 1985년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때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만났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2008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함께 갔다. 김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봉하마을을 떠나지 않고 ‘친환경 농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오리농법’도 김 당선인의 노력으로 정착됐다. 김 당선인은 영농법인 ‘봉하마을’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김 당선인은 ‘어떤 국회의원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특권과 반칙이 없는, 원칙과 상식대로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 “국민만 바라보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며 “문 대통령을 든든히 뒷받침해드리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선거 다음 날인 14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눈물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 당선인이 2009년 같은 장소에서 엎드려 우는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됐다. 당시 그는 자신의 손으로 지은 첫 봉하쌀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올린 뒤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은 “10년간 봉하를 지키고 노 전 대통령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그렇게 뛰었는데 새로운 경남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 봉하를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설움 같은 게 북받쳐 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직도 그 자리에 서면 먹먹해진다. 열심히 하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했다”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마지막으로 청취자들을 향해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신 김해시민께 감사드린다”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 현장 위주로 늘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