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이 성폭행 후 재일교포 여배우에게 보인 태도

입력 2018-06-21 09:20 수정 2018-06-21 09:23
배우 조재현. 뉴시스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재일교포 여배우 A(42)씨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전부 비현실적이었다. 강제적인 성관계는 공사 중이던 ‘방송국 남자 화장실’에서 이뤄졌으며 16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A씨가 가해자라고 지목한 조재현은 행위 직후 태연하게 A씨를 대했다. 조재현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A씨는 20일 SBS funE에 자신이 당한 성폭행 피해를 털어놨다. 2001년 한 드라마의 재일교포 역으로 캐스팅됐던 A씨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조재현을 처음 만났다. 연기자 선배였던 조재현은 어느 날 A씨를 화장실로 불러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한다. A씨는 “괜찮지?”라며 자신의 몸을 누르던 손과 행위가 끝난 뒤 “좋았어?”라고 묻던 음성을 기억한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조재현은 대기실에 들어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멍하게 소파에 앉아있던 A씨 허벅지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 누웠을 정도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던 A씨는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두려웠다. 무섭고 창피해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약을 먹은 적도, 목을 맨 적도 있었다. A씨는 “그 이후 조재현이 촬영장에서도 내 몸을 슬쩍슬쩍 만졌는데 끔찍했다”면서 “그때마다 선생님들 곁으로 갔다. 한번은 코디네이터가 나서서 ‘오빠 하지 마’라고 말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을 지켜본 중견배우 B씨가 “몸조심하라”는 경고까지 했다.

당시 교제하던 남자친구가 A씨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A씨는 자신을 걱정하며 한국까지 찾아온 남자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모두 전했다. 남자친구는 “네가 당한 건 강간이다. 그를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고, A씨 어머니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알렸다. 어머니는 곧장 조재현을 찾아갔지만 본인의 매니저와 함께 딸을 좋은 배우로 만들어주겠다는 조재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A씨가 성폭행까지 당한 사실을 전혀 몰랐을 뿐만 아니라 딸이 다시 꿈을 좇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A씨도 동의했다고 한다. A씨 어머니는 “유부남이 딸에게 어떤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성폭행이었다는 걸 알면 그런 선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난 이제 결혼도 못 하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애도 낳지 못하는 몸”이라며 “이렇게라도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조재현이 진심으로 저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재현은 A씨를 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조재현의 변호인은 “합의된 관계였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니다”라며 “A씨가 과거 7000만원을 요구해 이미 금전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TV리포트에 밝혔다. 그러면서 “더는 금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주고받았는데 3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를 21일 고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현은 지난 2월 자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연달아 나오자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자숙에 들어갔다. 이후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고 조재현 또한 가담했다는 MBC ‘PD수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