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씨에 대한 ‘미투(나도 말한다·Me Too)’ 폭로가 또 나왔다. 재일교포 여배우 A(42)씨는 16년 전 방송사 화장실에서 조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20일 SBS funE에 주장했다. 조씨는 이에 “합의된 성관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A씨는 2001년 한 인기 시트콤에 출연한 후 같은 해 다른 드라마의 재일교포 역으로 캐스팅됐다. 조씨와는 그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연기자 선배였던 조씨는 어느 날 연기 지도를 해주겠다며 A씨를 방송국 남자 화장실로 불러냈다.
A씨는 조씨가 고른 장소를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공사 중이던 화장실이라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조씨는 그곳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고, 소리 지르는 A씨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A씨가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괜찮지?”라며 자신의 몸을 누르던 조씨의 손과 행위가 끝난 뒤 “좋았어?”라고 묻던 조씨의 음성이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던 A씨는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두려웠다. 자살 시도까지 하며 힘겹게 지내던 때 당시 남자친구가 먼저 A씨의 변화를 눈치챘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교제한 사이었는데 우울해하는 A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 A씨는 촬영장에 가기 싫다며 건물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하는 등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놨고, 남자친구는 “네가 당한 건 강간이다. 그를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다. 남자친구로부터 대략적인 상황만 전해 들은 A씨 어머니는 곧장 조씨를 찾아갔다. 조씨는 무릎 꿇고 사과했지만 이내 자신의 매니저와 함께 A씨를 좋은 배우로 만들어 주겠다며 어머니를 설득했다. A씨가 성폭행까지 당한 것을 몰랐던 어머니는 딸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A씨는 5년간 한 번의 오디션을 제외하고는 연기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극단적인 선택도 여러 차례 했다. A씨 어머니는 “유부남이 딸에게 어떤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정도로만 생각했다. 성폭행이었다는 걸 알면 그런 선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난 이제 결혼도 못 하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애도 낳지 못하는 몸”이라며 “이렇게라도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조씨가 진심으로 저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A씨를 공갈 미수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조씨 변호인은 “합의된 관계였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니다”라며 “A씨가 과거 7000만원을 요구해 이미 금전을 지급한 적이 있다”고 TV리포트에 밝혔다. 그러면서 “더는 금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주고받았는데 3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를 21일 고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씨는 지난 2월 자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연달아 나오자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자숙에 들어갔다. 이후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고 조재현 또한 가담했다는 MBC ‘PD수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