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이준익 감독이 담아낸 청춘의 스웩(ft. 박정민)

입력 2018-06-20 18:31

이준익 감독이 신작 ‘변산’으로 돌아왔다. 얼핏 또 한 편의 청춘 스토리라고 속단할 수 있으나, 그가 진짜 하고자 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변산’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흔히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이라고들 하는데 그건 사실 홍보팀에서 짜 맞춘 문구”라며 “불편하고 부끄러운 과거에서 도망쳤던 이가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사실 청춘이라는 걸 카테고리화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트위터에서 아주 멋진 말을 봤는데,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육체는 젊게 태어나 늙어가기에 비극이다. 하지만 영혼은 늙게 태어나 젊어지므로 희극이다.’ 아재인 제가 젊은 청춘들과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배우고 즐거웠습니다.”

‘변산’은 불우했던 가정환경을 원망하며 고단한 서울살이를 하던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고향 변산으로 내려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며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정민이 또 한번 부름에 응했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 때 박정민의 놀라운 매력을 발견했고 그것을 관객에게 증명했다. 이번엔 랩 춤 연기 사투리까지 더 깊은 매력을 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이 배우가 지닌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극찬했다.

주인공의 직업이 래퍼인 점이 특이하다. 자연히 영화에서 랩의 역할을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쇼미더머니’ 같은 인기 프로그램이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힙합 문화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었을 테다.

“내게는 음악영화 3부작이 있다”는 농으로 운을 뗀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에서는 사설을 다루고 ‘라디오스타’에서는 락을 했다. 크게 보면 음악은 자유와 저항을 부르짖는 행위라 볼 수 있다. 때로는 사설로, 락으로, 그리고 랩으로. 비트와 템포는 다르지만 행위자의 정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랩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좀 더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세대 간 소통의 확장을 꾀한 겁니다. 젊은 친구들이 깊이 들어가 보는 학수의 랩과 아버지 세대가 바라보는 그것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랩은 세대 공감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입구가 되는 거죠.”

영화는 러닝타임 123분 동안 유머와 감동 코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준익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슬픔과 웃음 그 사이에 재미와 긴장이 있다. 내 작품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그렇다. 이 영화도 웃픈 과거들이 현재의 웃음으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슬픔이 아름답게 완성되고 치유된다. 그것이 결국 인간이 달성해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