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옹호’ 배우 정우성 인스타에 달린 댓글 반응

입력 2018-06-20 17:24 수정 2018-06-20 17:26
정우성 인스타그램

배우 정우성이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과 함께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정우성으로서는 당연한 행보였지만, 제주 예멘 난민 문제와 맞물리면서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우성은 20일 인스타그램에 난민촌 사진을 올리며 “이곳은 제가 지난해 말 방문했던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이곳에는 여전히 수십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기약 없는 귀환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전 세계에서 6850만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고 한다. 이 중 1620만 명은 2017년 한 해동안 집을 잃었다”며 “오늘 난민과 함께해달라. 이들에 대한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정우성은 2014년 5월부터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명예사절로 활동, 이듬해 친선대사로 임명 됐다. 그동안 수단, 네팔, 레바논 등을 방문해 난민 문제를 국내에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정우성은 해당 게시물에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입장문도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는 예멘인은 물론 한국에 도착하는 모든 난민 및 난민신청자와 관련해 정부와 조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이다.

정우성 인스타그램

불과 수 시간 만에 정우성의 인스타그램은 갈등의 장으로 변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거센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들은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정우성에게 “정말 실망이다” “제주에 와서 살아 보라” “자국민의 인권은 존중하지 않느냐” 등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성급한 일반화”라거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난민 문제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제주도 내 일자리 부족 업종에서 예멘 난민 신청자의 취업을 지원하면서 불거졌다. 정부 혈세로 난민을 지원한다는 비난이 일었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8일 만인 20일 오후 30만명 서명을 돌파했다.

1994년 난민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난민 신청 건수는 3만2733건에 이르지만, 심사가 완료돼 인정된 경우는 706건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난민 신청자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로 2016년 7542건에 이어 작년에는 9942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도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한 외국인은 948명이다. 국적별로는 장기간 내전이 벌어진 예멘인이 519명(전체 54.7%)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 체류 기한이 연장되지 않자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제주까지 왔다.

원칙적으로 난민 신청 뒤 6개월 내에는 취직할 수 없지만,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 제20조에 따라 예외적으로 취업 활동을 허가받았다. 이를 통해 200여명이 일자리를 얻었으나 일부는 일이 너무 힘들거나 소통 문제로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