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주특별자치도 예멘 난민수용 문제와 관련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20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자없이 입국이 불가능한 ‘무사증 입국불허국가’ 11개국에 1일부터 예멘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더 이상 이들이 입국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예멘 난민은 500명 정도 들어와 있다.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제주도 사이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설명했다.
① 취업지원, “내국인 일자리 침해 않는 선”… 시스템 마련해야
이들은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취업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인도적 필요성에 따라 그 전이라도 취업허가를 내주고 있다. 범위는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정도에서다. 김 대변인은 “내국인 일자리 침해 가능성이 낮은 업종인 농·축산 관련 분야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민들의 취업을 돕기 전 이들을 수용하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과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예멘 난민들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개최했었다. 이들 중 14일 일자리를 구한 예멘인 가운데 40여명이 일을 포기하고 돌아 왔다. 이들이 어선이나 양식장에서의 어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인 난민네트워크 제주대책위원장은 “단기적으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이후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심사 기간을 최대한 압축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가장 국제적으로 개방된 제주 사회가 난민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이번 난민 문제가 끝나도 한국에서의 난민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난민을 지원하고 수용하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의료지원, “예비비 활용한다”
예멘 난민들은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식자재·빵·밀가루 등 식량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2014년 이후로 외교부는 이라크 내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480만 달러를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식량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 지난해 11월에도 WFP의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 내 시리아 난민 3만명을 위해 150만 달러를 지원했었다.
의료지원 역시 진행한다. 특히 수술이나 입원 등 긴급 의료와 숙소 등이 필요한 경우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난민 1인당 138만원이 지원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제주도는 “아직 제주에 체류하는 예멘인들에게 지원된 돈은 한 푼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들 지원에는 예비비를 활용할 방침이다. 법무부 난민 관련 1년 예산은 8억원 정도다.
③ 순찰 강화할 것… 단지 ‘주민들 우려’에 대한 조치
현재 제주도는 범죄 예방에 집중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 경찰은 난민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에 난민 신청자 숙소 주변과 유흥가 등에 대한 순찰을 강화한다.
일각에서는 ‘순찰 강화 조치’ 자체가 난민을 위험한 인물로 파악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주민들 우려를 생각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제주도민도 “난민들은 잠재적 범죄자이고 일자리를 뺏으러 온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그저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민은 “만약 백인이었다면 오히려 환영했을 것 같다. 피부가 까맣다는 이유로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적대시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비영리시민단체를 운영하는 고은경 글로벌이너피스 대표도 “당장 거처가 없는 난민 6명에게 사무실을 빌려주고 함께 지내봤다. 무거운 짐을 들 일이 있으면 서로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다. 다들 평범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