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는 문자를 남기고 실종된 여고생은 행방불명 하루 전 친구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집을 나서면서 5일째 실종 상태인 A양(16)은 하루 전인 15일 친구에게 "위험하면 신고를 해달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보냈다.
A양은 메신저를 통해 "내일 아르바이트 간다. 메신저를 잘 보고 있어라. 위험하면 신고를 해달라"고 보냈다.
또 "아르바이트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남겼다.
이어 A양은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쯤 집을 나선 뒤 아직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 당일 A양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메신저를 통해 "아버지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고 해서 만났다. 해남 방면으로 이동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후 A양의 휴대전화는 2시간30분여만인 오후 4시24분쯤 강진군 도암면의 한 야산에서 신호가 꺼졌다.
A양이 만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 친구 B씨(51)는 17일 오전 6시쯤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공사도구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A양이 집을 나가기 1주일 전 학교 앞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소개받기로 했다는 추가 사실을 A양 친구로부터 확인했다.
B씨는 사망하기 7시간 전쯤 A양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을 통해 도주하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경찰은 또 B씨가 A양이 사라진 직후 집으로 돌아와 차량 세차를 했으며, 집에서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을 태운 흔적을 확인했다.
경찰은 특히 B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게에 두고 나간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B씨의 집에서 확보한 소각 흔적물과 차량에서 확보한 머리카락과 지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관계자는 "A양이 집을 나선 이후 동선과 B씨의 행적이 어느 정도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광주청 범죄분석관 4명과 경찰청 실종분석전담반 6명을 투입하며 A양의 행적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600여명의 경력이 동원돼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끊긴 야산 인근을 5일째 수색하고 있다. 21일부터는 타지역 경력 10개 중대를 지원받아 1000여명이 수색에 나설 방침이다.
강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