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기모찌’ 패러디 홍보물에 시민들 분노… “사과문 삭제는 왜?”

입력 2018-06-20 15:16
논란이 된 울산시 '예비 청년문화기획자 양성과정' 포스터. (사진=트위터 @C_F_diablesse 캡처)

울산시가 혐오 표현인 ‘앙 기모찌’를 패러디한 ‘앙 붓글띠’라는 문구를 사업 홍보물에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문구는 울산시에서 공식적으로 주최하는 ‘청년문화기획자 육성’ 과정 중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됐다. 홍보물을 접한 시민들의 반발과 항의는 이어졌고, 결국 홍보물은 철거됐다. 하지만 다소 성의 없는 사과문으로 인해 논란은 다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트위터에 “무려 울산광역시에서 공식 주최하는 사업의 홍보문구에 일본 포르노물에서 가져온 여성 혐오적 유행어를 패러디한 문구가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 울산시청 홈페이지에도 “광역시 주최 행사의 홍보문구가 여성 혐오 표현을 패러디한 문구라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문구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울산시가 패러디해 사용한 ‘앙 기모찌’라는 일본어는 “기모찌 이이(気持ちいい, 기분이 좋다)”에서 유래했으며 일본 성인 동영상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자극적인 소재로 인터넷방송을 하며 유명해진 한 BJ가 처음 사용한 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됐다. 특히 신종 은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초등학교에서는 뜻도 모른 채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학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사업 운영업체 (사)공동체 창의지원네트워크의 사과문. (사진=(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코크리넷' 홈페이지 캡처)

시민들의 항의와 비판이 이어지자 이번 사업의 운영업체인 (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는 지난 18일 홍보물 철거와 함께 홈페이지에 “광고문 안에서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상황을 인지한 뒤 현수막과 인쇄물을 철거했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어의 패러디와 문구를 통한 언어활동,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세대별·성별 간 온도차이 등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할 줄 아는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앙 기모찌’라는 패러디물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급되어왔고, 특정 세대 언어생활의 일부가 됐다. 패러디는 당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시대의 현실과 자신을 각성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진정성은 커리큘럼의 구성과 참여 강사님들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교체된 '예비 청년문화기획자 양성과정' 포스터. (사진=울산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울산시청 홈페이지의 민원 글에도 답변이 올라왔다. 울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전문 업체를 믿고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해 행정착오의 우를 범하게 됐다”며 “차후에는 이러한 행정적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과문은 삭제된 상태. (사진=(사)공동체창의지원네트워크 '코크리넷'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울산문화재단에서 해당 포스터를 교체한 후, 사업 운영체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사과문은 더 이상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알게 된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들은 “이 사과문마저 잠가버렸네요. 잠그면 어떻게 읽나요?” “부끄러운 건 아시는 건가요? 왜 더 이상 사과문을 확인할 수 없는 건지 대답해주세요” “기존의 사과문에서도 납득이 안 가는 말이 많았는데, 이제 그것마저 확인할 수 없게 하시네요”라는 의견을 남기며 격분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