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공론화위 의제 발표…4개 안 중 3개는 ‘수능 상대평가’ 유지

입력 2018-06-20 15:13 수정 2018-06-20 15:16
김영란(현판 왼쪽)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위원장과 신인령(현판 오른쪽)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비롯한 공론화 위원들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대학 나눔관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 김학린 단국대 협상학과 교수,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영란 위원장,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 사진 = 뉴시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공론화위원장에 앉으면서 2022학년도(현 중학교 3학년생)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 의제가 공개됐다.

대입제도개편공론화위원회는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회의를 열고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 4가지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의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만든 대입 제도 개편 권고안은 공론화위원회의 상부 기구인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가고, 의결 과정을 진행한 뒤 해당 안건을 교육부에 최종 권고한다. 교육부에서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확정된 4가지 의제는 학생·학부모·교원·대학관계자·대입전문가 등 5개 그룹 35명이 지난 16~17일 양일간 워크숍에 참여해 토론한 결과다. 지난달 말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는 수시(학생부 위주 전형)와 정시(수능 위주 전형)간 비율.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식 등 쟁점을 놓고 토론에 임했다.

◆ 4개 안 중 3개 안에서 정시모집 선발 인원 늘릴 가능성 커…‘상대평가’도 유지

공론화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개편안은 모두 4가지다.

먼저 1안은 수시와 정시의 균형을 유지하되 각 대학이 정시에서 모든 학과의 신입생을 45% 이상 선발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안이다. 최저학력 기준은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2안은 수시와 정시 간 비율 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정 전형에 치우쳐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진행하고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활용할 때도 현행보다 높은 등급을 요구할 수도 없고, 반영하는 과목 수를 늘리지 못하도록 한다.

3안은 수시와 정시 간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정 유형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수능 상대평가 유지를 원칙으로 하고 대학 자율적으로 수능 최저학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최저학력 활용 중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지원자의 전공·계열과 관련있는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장하는 안이다.

4안은 정시를 확대하고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의 균형을 확보하는 방안과 수능 상대평가 유지, 최저학력 기준 활용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제시된 방안들 중 1안은 정시 모집을 확대하는 방안이고, 나머지는 수시와 정시 간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안이다. 2안을 제외한 3, 4안 역시 ‘특정 전형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시 모집 비율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쟁점 중 하나였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는 2안에만 담겼다. 절대평가는 한 학생이 일정 점수 이상을 취득할 경우에는 동점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내용은 1·3·4안에 담겨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상대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 큰 변화 없이 현행 유지 가능성도…‘시간낭비 한 것 아니냐’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등 22개 시민단체가 지난 4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수능 정시 전형 축소'를 주장하자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회원들이 '대입 수능 정시 전형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공론화위가 발족하고 논의가 지속되는 동안 교육단체와 교사 측 인원이 다수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좋은교사운동·실천교육교사모임 등 23개 단체들은 “수능 중심 전형이 확대되면 학교 현장이 강의 및 암기 위주인 문제풀이 교육으로 회귀한다”며 “현재 현장에서는 학생의 흥미·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의 학습보다 수능 문제풀이를 반복하고 상대평가 과목으로의 편중학습이 심화하고 있다”고 해왔다. 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편식되거나 파행되는 것을 막아 수업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라며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했다.

반면 학부모 위주로 구성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단체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탈락기준이 불분명하고 부모 지원정도에 따라 학생부 격차가 벌어지는 깜깜이·금수저 전형이자 현대판 음서제”라며 “일괄적이면서도 정량적인 시험으로 줄을 세우는 방식이 가난한 학생도,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보상을 받는 가장 평등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시 전형 확대와 상대평가 유지를 주장한 셈이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대입 제도 개편은 단기적으로는 학생·학부모·학교의 관심사이지만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기본 방향과 관련돼 있다”며 “일반 국민과 학생·학부모·교원·대학 관계자 등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가 공론화 전체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 대입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400명은 일부 교육 전문가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이 대다수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정부가 비전문가인 시민에게 복잡한 대입제도 결정을 떠넘겼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4개 방안 중 일부 안은 현행 대입제도와 큰 차이가 없어 시간 낭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정시 비중만 어느정도 확대되는 수준에서 개편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데 해마다, 정부마다 제도가 바뀌어왔고 용어도 복잡해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에서 공론화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것을 보면 개편의 의지보다는 ‘우리는 여론에 따랐으니 책임 없다’는 뜻을 비춘 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