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 전날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줘”

입력 2018-06-20 15:05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이 사건 발생 하루 전 친구에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달라”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양(16)은 실종 전날인 지난 15일 오후 3시34분쯤 친구에게 ‘내일 아르바이트 간다. 메신저 잘 보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던 A양은 “아저씨가 알바 소개한 것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달라”고도 말했다.

A양은 메시지를 보낸 다음날인 16일 오후 2시쯤 집을 나선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양이 16일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아버지 친구 B씨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만나 해남 쪽으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A양의 휴대전화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수신이 끊겼다.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B씨(51)는 A양이 실종된 다음날 오전 6시17분쯤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신의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A양을 찾기 위해 헬기와 체취견, 인력 600여명을 동원해 휴대전화 신호가 꺼진 도암면 야산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5일째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최근 6개월간 B씨와 A양이 직접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은 없으며 만나는 모습이 찍힌 CCTV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A양이 집을 나가기 1주일 전 학교 앞에서 B씨를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소개받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양은 지난 12일에도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식당에서 B씨와 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이 집을 나설 당시 B씨의 차량은 집에서 600여m 떨어진 지점과 도암면 지석마을 초입 CCTV 등에 포착됐다. B씨는 휴대전화를 집에 놓고 외출했다가 16일 오후 5시35분쯥 강진읍의 자택으로 돌아왔다.

B씨가 의류로 추정되는 물건을 불태우고 세차를 하는 모습도 인근 CCTV에 담겼다. A양 실종 당일 A양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을 통해 도주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경찰은 B씨의 집에서 확보한 소각 흔적물과 차량에서 확보한 머리카락과 지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집을 나선 이후 동선과 B씨의 행적이 어느 정도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