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는 양면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이슈가 실시간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이른바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는 장이라는 평가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인양 포장돼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혼돈의 공간에서도 꾸준히 공감을 얻는 게시물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의 사연이 꼭 내 이야기 같기 때문이죠.
최근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사연은 개인사를 그린 수기 형태의 게시물입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다보니 주변에 털어놓기 어려운 실패와 좌절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요. 글쓴이들은 따듯한 위로가 담긴 댓글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합니다.
20일 새벽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특이하게도 가장들의 고백이 줄을 이었습니다. 실직의 두려움과 이직으로 인한 부담감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새 희망을 이야기했는데요. 시사 이슈보다 훨씬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5년간 일해 온 운송업을 접게 됐다는 한 가장은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한 겨울 플라스틱 도시락에 담긴 찬밥을 먹어가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면서요. 그는 이어진 사고 여파와 아이들 양육 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합니다. 5년 ‘노예생활’을 정리하니 시원섭섭하다면서요.
이 사연에는 화물차 기사들의 응원 댓글이 주로 이어졌습니다. 차안에서 먹고 자며 도로를 누비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있다는 넋두리와 함께 말이죠.
곧이어 15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는 사연이 뒤를 이었습니다. 군 전역 이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인데 아쉽다고 했죠. 첫 월급 100만원으로 시작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린 결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데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립하게 됐다며 응원을 부탁했습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직장인들의 사연들은 주로 늦은 밤에 쓰인 것들입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밤 주변에게 쉽게 터놓고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일기 쓰듯이 고백하는 거지요. 사연에 공감을 보내는 댓글 또한 비슷한 시간에 올라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겠죠.
“건승하세요” “응원합니다.” “잘 되실 겁니다.” 내 고민과 닮은 이웃들의 사연을 접하며 서로 응원하고 위로합니다. 온종일 뜨겁고 날서있던 온라인 게시판이 이날 밤만큼은 참 따뜻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