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최저임금만으로 고용지표 악화된 것 아니다”…김동연과 불화설도 일축

입력 2018-06-20 14:18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제기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장 실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참석한 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사의표명설’에 대해 “정부가 추구하는 세 가지 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에 대한 결과를 낼 때까지 정책실장을 맡을 것”이라며 “본인에게 묻지도 않고 근거없는 기사를 쓴 분이 문제다. 무책임한 가짜뉴스를 한 개인을 겨냥해 보도했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최근 장 실장과 김 부총리와의 ‘불화설’은 국내 여러 언론에서 제기됐다. 장 실장은 지난달 15일 청와대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고 발언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김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고용과 임금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두 ‘경제 사령탑’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 실장은 김 부총리와의 의견 조율에 대한 질문에는 “두 사람 분위기는 좋다”면서 “갈등하면 이렇게 같이 일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장 실장은 “그(최저임금) 문제는 객관적·실증적 결과를 가지고 얘기해야할 것”이라며 “그런 지표가 나온 이유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쉽게 얘기하면 고용률은 어떻게 됐는지, 다른 구조는 어떻게 됐는지 종합적 요인을 분석해야지 한 가지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지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OECD는 35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지난 3월 기준)을 발표하고 한국의 실업률 상승치가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의 실업률은 3.6%에서 4.0%로 상승했고, 청년실업률 역시 9.9%에서 11.1%로 상승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실업자 증가폭은 12만6000명에 달하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역대 최저치인 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자뿐 아니라 구직단념자 수치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올해 4월 기준 구직단념자(일을 하고 싶지만 비자발적 사유로 인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 숫자는 45만7700명이고, 지난 9일에는 ‘쉬었음’ 인구(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가 195만1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달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사상 최고액인 600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당분간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재정전략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90%이며 정부가 정책 홍보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언론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무직자 등 근로자 외 가구는 속 뺀 통계’라고 지적했지만 당시 청와대와 여당 측은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되도록 유지하고 소득주도 성장 기조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실물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무원 증원이나 추경, 일자리 자금 지원 등 정부 자금이 투입된 부분에서만 ‘반짝 개선’이 이뤄졌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면 최소한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거나 정책 속도를 줄여 재정 투입으로 인한 일시적 지표 호전보다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