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의 수색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수사 인력을 집중하고 있는 야산 외에 사망한 유력 용의자가 운영했던 개농장 인근 지역도 살펴봐야 한다고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용의자가 차량 내부 세차를 한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차량 안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산을 도보로 걸어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치고 2시간은 좀 짧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용의자가 운영했던 개농장 주변 지역도 완전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색해야 하는 장소도 조금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야산’은 실종된 A양 휴대전화의 마지막 발신지다. 고등학교 1학년인 A양은 지난 16일 오후 친구에게 “아버지 친구 B씨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만나 해남 쪽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실종됐다. A양의 휴대전화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후 2시간30여분이 지난 오후 4시30분쯤 강진군 도암면 야산에서 수신이 끊겼다.
사건 유력 용의자인 B씨는 A양이 외출한 시점과 비슷한 시간에 자신의 차를 몰고 나가 이 야산에서 2시간가량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귀가해 오후 5시50분쯤 차량 내부 세차를 했다. B씨는 다음 날인 17일 오전 6시17분쯤 자신의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까지 A양과 B씨가 연락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A양이 집을 나설 당시 600m 떨어진 곳에서 B씨의 승용차가 서 있는 모습이 인근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헬기 2대, 체취견, 드론, 소방 특수수색대 등 600여명을 동원해 야산 인근을 중심으로 수색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누구와 동행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A양 메시지에)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단순 가출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해남 방향이라고 했으니 일정 기간 같이 동승하고 가다가 아이만 혼자 내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그러기에는 B씨의 행적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B씨) 집에 도착했을 때 본인이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B씨는 실종 당일 밤 A양 어머니가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뒷문으로 급히 달아났다.
이 교수는 “(B씨 사망의) 정황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보통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본인의 절망적인 상태를 알린다. 조사를 해 보면 이 사람의 자살 동기가 상당 부분 실종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B씨의 신변을 조금 더 확보했다면 이 사람의 자살도 막을 수 있었고 없어진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아는 데도 더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