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린 시절을 잃었다”… 재개봉하는 ‘레옹’ 향한 엇갈린 시선

입력 2018-06-20 10:29
사진=영화 '레옹' 포스터/ 뤽 베송 감독 (사진=네이버 캡처/ 뉴시스)

영화 ‘레옹’의 감독판이 재개봉을 앞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뤽 베송 감독의 성범죄 및 사생활 논란과 더불어 ‘레옹’이 소아성애를 연상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게다가 영화 주인공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이 ‘레옹’에 출연한 뒤 당했던 성추행에 대해 증언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레옹’의 수입 및 배급사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7월11일 재개봉 소식을 알렸다. 이미 국내에서는 세 번째 재개봉임에도 이런 논란이 생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월 나탈리 포트만이 한 고백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여성의 행진’ 행사에 참여한 포트만은 “내가 처음으로 받은 팬 레터에는 나를 향한 남성의 강간 판타지가 쓰여 있었다”면서 “영화 평론가들은 나의 신체를 언급하며 감상을 쓰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나는 12살의 나이에 성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남자들은 나의 몸을 대상화해 지적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것 마냥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후 나는 키스신이 있거나 야한 옷을 입는 영화는 무조건 출연을 거절했다. 영화계는 성적인 테러가 만연한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익명의 여성 배우가 지난 5월 뤽 베송 감독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여배우는 감독에게 차를 대접받은 뒤 정신을 잃었고, 이후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며 “뤽 베송은 돈뭉치를 남기고 떠났다”고 주장했다. 뤽 베송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뤽 베송이 피소당한 마당에 재개봉을 하다니, 시류를 읽을 줄 모른다” “말 그대로 시대착오적인 선택. 잊혀져야 할 영화가 다시 개봉하다니 화가 난다” “성범죄자가 만든 영화, 소비하지 맙시다”등의 의견을 남기며 격분했다.

반면 레옹의 오랜 팬들은 “영화 외적인 일로 영화가 폄하된다면 오히려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누가 되는 게 아니냐. 외적인 이슈가 아니라 영화 자체로만 봤으면 좋겠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 어릴 때 느꼈던 추억과 향수 때문에 보고 싶은 건데,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네티즌들”이라고 주장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