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잘못했다더니… 친박-비박 또 쌈박질

입력 2018-06-20 08:55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의 진로를 둘러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전날 일방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했다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뉴시스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자유한국당 혁신 방안을 놓고 또다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내놓은 중앙당 규모 축소 등 혁신안과 관련해 친박계 중진들은 당내 상의가 없었던 점 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바른정당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은 “지금 이 방법 외에 무슨 길이 있느냐”며 김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친박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김 권한대행 혼자 결정했다”며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다.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도 “김 권한대행도 ‘홍준표 대표 체제’의 일원으로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이 가볍지 않은데 무슨 자격으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했다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친박계 공세가 거세지자 비박계도 대응에 나섰다.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 비박계 의원 20여명은 모임을 갖고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 논의했다. 모임에서 대다수 의원은 “겨우 이 정도 혁신안을 갖고 동요해서는 안 된다. 더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권한대행은 지금 유일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주체”라며 “김 권한대행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당 혁신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비박계 중진도 “선거에서 참패한 지 얼마나 됐다고 지겨운 싸움을 또 하려는 건지 (친박계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김 권한대행은 “뼈를 깎고 썩은 고름을 도려내는 대수술을 앞두고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있기 마련”이라며 “(당내 반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이달 안에 마무리 짓겠다. 혁신 비대위원장 인선에 모든 정치 역량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선의 정진석 의원은 2016년 ‘김용태 혁신비대위원장 카드’가 좌초된 사실을 언급하며 “2년 전 그대로 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태클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오전에 열린 초선 의원 모임에서 한 비박계 의원 휴대전화에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박명재 정종섭 등등 친박 핵심 모인다’는 글과 함께 ‘적으로 본다/목을 친다’고 적힌 메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진태 의원은 “겉으로는 반성하니 어쩌니 하면서도 결국 속마음은 계파싸움으로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었느냐”며 비박계를 비난했다.

계파 갈등이 가열되자 초선 의원 20여명은 오후 늦게 다시 긴급회동을 갖고 “또다시 친박·비박 갈등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권한대행도 이 자리에 참석해 “앞으로 친박·비박 계파 간의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 이 시간 이후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모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