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 상대 첫 승리, ‘축구 변방’ 아시아의 ‘반란’

입력 2018-06-20 06:47 수정 2018-06-20 08:45
사진 = 승리를 확정하고 기뻐하는 일본의 요시다 마야.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꼽히는 아시아 축구가 일본의 승리로 이란에 이어 2승을 챙겼다.

일본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분모르도비아 아레나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월드컵 H조 1차전 경기에서 콜롬비아를 2대1로 꺾었다. 경기 초반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가 핸드볼 파울로 퇴장을 당해 수적 우위를 점한데 이어 전반 6분, 카가와 신지의 페널티킥 골이라는 행운이 따랐으나 일본은 경기력 측면에서도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일본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중원을 장악한 파상공세를 펼치다 29분 코너킥 상황에서의 오사코 유아의 헤딩골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조 최하위로 꼽혔던 피파랭킹 61위 일본이 1위 진출이 유력했던 16위 콜롬비아를 이기면서 H조에도 혼돈이 찾아왔다.

월드컵에서 남미 국가를 상대로 한 아시아 팀의 첫 승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시아 팀은 남미 국가를 상대로 역대 월드컵에서 3무 14패를 기록 중이었으나 일본이 역사적인 첫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아시아 성적표는 최악이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 호주와 이란이 참석하게 되었으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32강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 B호 호주는 3전 전패, C조 일본과 F조 이란, H조 한국은 나란히 1무 2패로 조 최하위를 기록했다. 오죽하면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월드컵 티켓을 줄이자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는 총 5팀이 초청됐다.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가 5개국을 본선으로 보낸건 사상 최초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위 이란과 2위 한국, B조 1위 일본과 2위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으로 간다. 그리고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온두라스를 꺾은 호주까지 합류했다.

당초 아시아 팀들이 브라질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러시아에서도 1승을 거두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감독이 정착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7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을 제외한 4팀이 모두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았다. 아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란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와 함께 죽음의 B조에 속했다.


끈끈한 수비로 모로코를 자신들의 ‘늪’에 빠지게 하며 행운의 자책골로 신승을 한 이란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도 자신감에 차있다. 지난 모로코 전에서 이란에 20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안긴 케이로스 감독은 스페인을 상대로도 20일 이란 특유의 끈질긴 수비 축구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란은 모로코를 꺾은 러시아 월드컵 B조 1차전 경기를 포함해 최근 치른 11경기에서 6경기를 무실점으로 장식했다. 만일 스페인을 꺾는다면 자국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호주의 남은 상대는 덴마크와 페루로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다. 16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수비로 그들을 괴롭히며 선전을 펼쳤다. 그때의 경기력이 나온다면 16강 진출이 불가능 하지는 않다.

반면 똑같이 1패를 기록했지만 호주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14일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굴욕적인 0대5 대패를 당한 사우디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강호 우루과이와 이집트를 상대해야 한다. 한국 역시 스웨덴에 18일 통한의 VAR 패널티킥 골을 내주며 0대1로 석패한데 이어 북중미와 유럽의 최강자로 꼽히는 멕시코와 독일을 만난다.

현재까지 아시아 팀들이 2승 3패의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예상을 깨고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통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