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팬 마음 읽은 SBS 월드컵 방송 선곡 ‘부러우면 지는 거야’

입력 2018-06-20 00:17 수정 2018-06-20 00:18
SBS 월드컵 중계방송 화면촬영

일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승리를 국내 방송사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생중계한 SBS는 방송을 끝내면서 가수 이기찬의 ‘부러우면 지는 거야’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 한국 축구팬의 마음을 읽은 선곡이었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19일 러시아 모르도비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를 2대 1로 격파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폴란드,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까지 속한 H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됐던 일본은 뜻밖의 대어(大魚)를 낚고 월드컵 본선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16강 전망에는 청신호가 들어왔다.

일본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8.17세. 지금까지의 대표팀 전력 중 최고령이다. ‘사무라이 재팬’ 대신 ‘아저씨 재팬’이라는 조롱도 당했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활발한 공격과 강력한 압박을 선보였다. ‘트릭’을 앞세워 교란을 시도했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스웨덴의 힘에 주눅이 들어 수비전술을 전개하고 단 한 개의 유효 슛도 없이 패배한 한국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본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사코 유야(가운데)가 19일 러시아 모르도비야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와 1-1로 맞선 후반 28분 추가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그의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AP뉴시스

한국 축구팬의 입장에서 아시아의 경쟁자 일본이 띄운 승전보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승리” “일본이 잘했다”는 격려 속에서 틈틈이 “부럽다” “마음이 무겁다”는 의견도 있었다. SBS가 중계방송 클로징에서 선곡한 ‘부러우면 지는 거야’는 한국 축구팬의 마음을 오롯이 담은 노래였다.

SBS는 이 경기를 국내 방송사 중 유일하게 현장에서 생중계했다. 한국의 축구스타 박지성과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모르도비아 아레나 중계석에서 경기를 캐스팅하고 해설했다. 박지성은 2000년 J리그 교토상가에서 프로로 입문해 일본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아시아 축구의 간판스타다. 이날 중계에서는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일본의 승전을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