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톡] 누가 입을까 싶은 그 옷을 입는 용감한 사람들

입력 2018-06-20 04:00 수정 2018-06-20 15:01
왼쪽은 강민경 인스타그램 캡처, 오른쪽은 샤이니의 키 뉴시스 사진

보통의 갑남을녀가 일상생활에서 독특한 옷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취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삭제당하기 십상이죠. 그런 옷을 입은 날 학교나 회사에서 자신에게 날카롭게 꽂히는 시선을 버티는 것보다 조금 평범한 걸 택하는 게 마음 편하거든요.

여러 가지 이유로 취향을 거세당한 일이 오래되어서 그럴까요. 신선하다 못해 기묘한 스타일을 생산해내는 패션계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이해는커녕 그런 취향을 깎아내리거나 비평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 그룹 다비치의 강민경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네티즌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파란 계열의 셔츠 때문이었는데요. 언뜻 보면 셔츠 안에 민소매를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반짝거리는 새틴 소재의 끈 민소매가 반은 셔츠 안으로, 반은 밖으로 나온 기묘한 형태였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 ‘강민경 패션’에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너무 튄다”거나 “예쁘지 않다”는 식의 비평이었죠.




이 셔츠는 미국의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왕이 2018년 SS(봄여름)에 출시한 티셔츠로 하의까지 붙은 ‘보디슈트’ 스타일입니다. 잡종, 혼성물을 뜻하는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제품명이 붙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캐미솔(가는 어깨끈이 달린 여성용 속옷 상의) 혹은 셔츠 두 가지 느낌을 낼 수 있네요.

www.alexanderwang.com 홈페이지 캡처


“세상 줘도 안 입을 것 같다”는 네티즌 악평을 들은 이 옷은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모두 팔렸는지 ‘품절’로 나옵니다. 정가는 113만원, 68만원까지 할인 판매됐습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키도 최근 입은 독특한 셔츠로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 올해 가을 컬렉션으로 내놓았다가 네티즌으로부터 숱한 조롱을 받았던 옷을 입었기 때문이죠. 반소매 셔츠 앞에 긴소매 셔츠를 갖다 붙인 평범한 조합. 그러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혼종에 온라인은 “내가 만들어도 저것보다 낫겠다”는 식의 비평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더블 셔츠’와 라운드 티셔츠 앞에 셔츠를 붙인 ‘티셔츠 셔츠’는 백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룹 샤이니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정규 6집 두 번째 앨범 '더 스토리 오브 라이트 에피소드.2'(The Story of Light EP.2) 발매 기념 음감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온유, 태민, 민호, 키(key). 뉴시스


혹시, 두 연예인의 남다른 패션 착장에 “해괴망측하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셨나요. 내 맘대로 입은 내 옷에 ‘지적질’ 눈빛을 보낸 타인이 결국 나는 아니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