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데리고 가지 마세요”… 美 ‘아동격리’ 정책에 생이별

입력 2018-06-19 23:00
사진=Gettyimages Kore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밀입국자 부모들과 미성년자를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을 실시했다. 자녀를 동반한 불법 이민자들도 전부 기소하고 자녀는 격리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 같은 강경한 조치에 미국 양당 주요 인사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국제사회까지 비판을 퍼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사진=Gettyimages Korea

지난 3~5월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불법 이민자 수는 5만명 이상이다. 이중 15%가 가족과 함께 넘어온 경우이고, 8%는 자녀를 동반하고 있었다. 무관용 정책에 따라 부모와 떨어진 자녀는 약 2달 동안 2000명이 넘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 의원은 “5월5일부터 6월9일까지 국토안보부가 격리한 자녀가 하루에 70명 꼴”이라며 “그들 가족에게는 현재 진행 중인 끔찍한 악몽”이라고 주장했다.

사진=Gettyimages Korea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퓰리처상 수상자인 게티이미지 사진기자 존 무어가 촬영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진을 두고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을 반증하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풀이했다. 무어는 “나 역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너무 힘들었다”며 “매일 밤 국경에서는 가족 간의 생이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들에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온두라스 출신의 2살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불법으로 미 국경을 넘다가 국경수비대에 발각된 모습이 담겨 있다. 아이의 엄마는 국경순찰대 차량에 두 팔을 짚은 채 돌아서서 몸수색을 당하고 있으며, 이를 본 아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당국에 의해 곧바로 구금됐으나 아이는 홀로 떨어져 애타게 엄마를 찾았다.

사진=Gettyimages Korea

문제는 이렇게 부모가 처벌 절차를 밟는 동안 자녀가 격리돼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국경에 도달한 ‘동반자 없는 외국인 아이’로 분류돼 체포된 지 72시간 이내에 미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 재정착 보호소’로 넘겨진다. 이후 정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미국에 있는 아이의 친척이나 후견인을 찾을 때까지 몇 주 혹은 몇 달을 지내게 된다.

아이들이 지내는 보호시설은 매우 열악하다. 콘크리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은박지처럼 보이는 절연 담요를 덮고 잔다. 또 미성년 수용자는 수백 명인데 아동 복지 문제를 전담할 사회복지담당 인력은 단 4명뿐이다. NBC 방송은 “수백 명의 아이들과 젊은 이민자들이 철망 안에 갇혀 있다. 가축 사육용 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야구 연습용 배팅 케이지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곳이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진앙”이라 보도했다.

사진=Gettyimages Korea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구에서 최악의 범죄자들 일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민 문제는 국경 보안과 범죄에 약하고 무능한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사진=Gettyimages Korea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