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납치를 다룬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의 방영이 취소됐다. 원작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납치를 미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TV아사히는 만화 원작 드라마 ‘행복한 색의 원룸’의 방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드라마는 오사카의 아사히방송(ABC)이 제작하고, TV아사히가 간토(関東) 지역에 7월부터 매주 토요일 밤 방영할 예정이었다.
드라마의 원작은 만화가 하쿠리가 2016년 9월 트위터에 처음 공개한 동명의 만화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을 당한 중학교 2학년 소녀가 자신을 납치한 남성과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원작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창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해 3월 간토 지역 사이타마현 아사카시에서는 납치된 소녀가 도쿄도에서 보호된 사건이 알려졌는데, 이를 모델로 했다는 것이다. 제작을 담당한 아사히방송은 “(원작은)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하거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화를 드라마화 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납치 미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만화라면 단순히 2차원에 그치지만, 드라마가 된다면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고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TV아사히는 “재차 정밀조사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방송을 보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간사이(関西) 지역에서는 예정대로 다음 달부터 방송된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간토지역에서 취소됐다면 간사이지역에서도 취소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내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