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찬반논란’ 일본은 어떨까?… 20만명 중 20명 인정 “인색”

입력 2018-06-19 15: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이 500명을 넘어섰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집계 결과 올 들어 5월 말까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이 942명이며, 이중 515명이 예멘인이다.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와 말레이시아 간 직항노선이 생긴 영향이 크다.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예멘을 떠난 사람들이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가 제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예멘 난민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 난민에 인색한 일본… 신청자 2만명 중 난민 인정자는 20명, 왜?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어떨까? 지난 2월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7년 일본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2만명에 육박한 신청자 중 정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20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난민으로 인정받은 28명보다 줄어든 수치다. 난민 신청자는 전년도보다 80%가량 늘었지만 승인 건수도 오히려 전년도에 비해 8명이 줄었다. 또 난민으로 인정되진 않지만 배우자가 일본에 있다거나 하는 인도적인 배려를 이유로 체류를 인정받은 사람도 전년도 97명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45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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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국제 원조기구의 주요 기부자지만, 난민을 직접 수용하거나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는 데는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이같이 일본이 난민에 인색한 이유는 일본 법무성이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을 취업 목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2010년 3월부터 난민 신청자는 6개월 후부터 취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취업 목적의 신청자가 급증하자 올 1월15일부터 제도를 변경했다. 예비심사를 거쳐 ‘명확하게 난민이 아닌 경우’로 판단될 경우 취업 허가를 주지 않고 입국관리국 시설에 강제 수용하고 있다. 그 결과 1월 말 하루 평균 난민 신청자 수는 지난해 12월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이 소수의 사람만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민족적·문화적 동질성에 대한 강한 자부심도 한몫한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민 심사 제도에 있어 여전히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15년 11월 당시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이던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일본은 그 사람들이 얼마나 약한 입장에 놓여있는지로 난민 수용을 판단하면 좋겠다”며 “현대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난민 인정 제도로 개선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석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제주도 “예멘 난민 인도적 대응… 도민 안전에 최선”

제주특별자치도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응과 함께 도민 안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동우 도 정무부지사는 19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는 난민 신청자들에게 자원봉사 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 활동 및 숙소 등을 제공하고 수술 및 입원 등 긴급구호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난민 심사를 진행하고 도내 취업 및 한국 문화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통역 서비스 등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서는 예멘 난민 신청자 숙소 주변, 주요 도로, 유흥가 등을 중점적으로 순찰해 도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무사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와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법무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협의해 무사증 제도의 확대 여부 내지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무사증 제도란 제주도가 2002년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외국인들이 한 달간 비자 없이 제주도에 머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 신청 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해당 글에서 “난민 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제주도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우려와 의문이 든다”며 “대한민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 온정적인 손길을 내줄 위치에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비슷한 게시글이 70건에 달하는데, 그중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적지 않아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난민을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반면 일부에서는 예멘인들이 무사증 제도와 난민법을 악용해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제주에 왔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난민 중에 IS나 극렬 이슬람주의자 테러리스트가 없다는 걸 어떻게 보증하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성인 한국 난민네트워크 제주 예멘 난민 대책 위원회 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난민 업무는 국가 사무인데 제주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난민을 맞을 준비가 안 된 제주사회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