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 수거하던 집배원 과로사… 노조 “우려했던 결과”

입력 2018-06-19 10:55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우정사업본부의 집중 수거가 시작된 16일 강서우체국 집배원들과 함께 라돈 매트리스를 수거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돈 침대 매트리스를 수거하던 50대 집배원 A씨가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집배원은 지난 6·13 지방선거 기간 공보물 배달로 추가 근무를 해야 했고, 숨진 당일까지 라돈 침대 매트리스 수거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 마포우체국 소속 집배원 A(57)씨가 지난 16일 오후 6시40분쯤 쓰러졌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된 후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날 A씨는 오전 8시45분쯤부터 라돈 침대 매트리스 약 20여 개를 수거한 뒤 오후 3시쯤 퇴근해 운동에 나서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

방사능 물질 ‘라돈’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킨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대거 수거돼 대진침대 본사 앞마당에 가득 쌓여 있다.(사진=뉴시스)

우정본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배원의 사망을 두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매트리스 수거 업무와 돌연사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배원 노조 측은 “우리가 우려했던 결과다. A씨는 한 달 동안 선거 공보물 배달 등으로 49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과도한 초과근무에 시달리던 집배원에게 주말에 매트리스 수거 작업을 시키는 등 업무를 한계까지 과중 시킨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 역시 “우리도 라돈 때문에 집배원이 사망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집배원의 과로 문제는 우리가 수거 전부터 우려하던 문제”라고 지적하며 “집배원들은 수거작업 투입도 언론을 통해 들어야만 했다. 안전대책 없이 작업에 투입했기 때문에 벌어진 불상사”라고 말했다.

우체국 직원들이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우체국 택배 차량에 수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올 들어 하루 평균 10시간23분 근무했다. 매일 초과근무를 하다 보니 A씨의 월평균 초과 근무시간은 무려 49.2시간에 달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과로로 인해 19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명절과 연말 등 업무량이 몰리는 시기에 집중돼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집배원의 사망은 과로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며 “집배원 과로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우정본부는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대진침대 매트리스 8만여개를 대상으로 지난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집중 수거에 나섰다. 운송업계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수거를 거부했고, 결국 대통령 특별지시를 받은 국무총리실의 요청에 따라 3만여 명의 집배원과 행정직 직원들이 수거 작업에 대신 투입됐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