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교실 학생에게 무상으로 과일간식을 주는 정부 사업이 겉돌고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과일간식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51.3%는 과일간식을 주지 않고 있다. 혜택을 못 받는 서러움은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과일간식을 제공하는 지자체는 111곳(48.7%)에 불과하다. 나머지 117곳은 하반기부터 과일간식을 줄 예정이다. 당초 30곳이 이달부터 과일간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름방학 기간을 고려했다”며 “오는 9월부터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 학생에게 매주 한 번씩 과일간식을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총예산 150억원 가운데 정부가 72억원, 지자체에서 78억원을 내기로 했다. 재정이 풍부한 서울시는 사업비의 70%, 나머지 지자체는 50%를 부담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준비에 비해 과일간식 사업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지자체가 제공했다. ‘예산이 부족하다’ ‘지역 내에 공급 업체가 없다’ 등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지자체에 돈이 없다. 경기도와 전북도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올해 예산에 과일간식 사업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들 지자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사업비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가 지방선거 이후로 추경 일정을 미뤄뒀다. 농식품부가 국비를 먼저 쓰도록 배려했는데도 일부 지자체는 응답하지 않았다.
올해 과일간식 예산을 편성한 전북도는 다른 사정 때문에 시행 일정을 미뤘다. 농식품부가 지정한 7곳의 과일간식 제공 적격 업체 가운데 전북도에 기반을 둔 업체가 없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적격 업체 추가 모집에 나섰다.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말에야 적격 업체 추가 선정이 끝날 수 있다.
과일간식 사업 시행이 차일피일 연기되면서 못 쓰고 남는 예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늦게 시작하는 곳은 1주일에 두 번씩 과일간식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게 아이들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