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중앙당 해체’ 등을 수습방안으로 내놨지만 재선의원들이 “상의 없는 일방적 당 운영”이라고 반발하면서 당 혁신이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당 해체 수준의 기능 및 규모 축소 등을 포함한 대대적 수습방안을 내놨다. 김 권한대행은 “오늘부로 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이 순간부터 곧바로 중앙당 해체 작업에 돌입하겠다”며 “제가 직접 중앙당 청산 위원장을 맡아서 중앙당 해체 작업을 진두지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당 시절의 방대한 조직구조 다 걷어내고 원내 중심 정당, 정책중심 정당으로 다시 세워갈 것”이라며 “중앙당 조직을 원내중심으로 집중하고 그 외 조직과 기능은 필수적인 기능 위주로 설립해 간결한 의사결정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아울러 “중앙당사를 공간적으로 최소화하고 전국에 산재해있는 당 자산을 처분해 당 재정운영 또한 효율화하겠다”며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당 조직 구조조정을 마무리 해 나가겠다. 당 이념과 철학 혁신과 더불어 조직 혁신도 맞물려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당 사무총장을 비롯, 각급 위원장과 본부장, 당 대변인 등 당직자 전원 사퇴서를 수리하고, 혁신비대위 구성을 위한 위원회와 구태청산 TF(중앙당 청산위 포함)를 동시에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대한 의사결정이 당내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불만이 곧바로 나왔다. 한국당 재선 의원 15명은 김 권한대행의 ‘중앙당 해체’ 선언에 반발하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재선 의원 모임의 좌장 격인 박덕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앙당 해체 선언을) 의원들과 상의 없이 한 것과 관련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며 “원내대표가 상의 없이 한 부분에 대해 소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 해체 소식을 접한 뒤 “이것 봐라. 일방적인 당 운영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수습작업에 시작부터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한국당 재선 의원들은 박 의원 주재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당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 의원을 비롯해 김기선·김명연·김선동·김진태·김한표·박대출·박인숙·이완영·염동열·홍철호 등 15명이 참석했다.
재선 의원들은 ‘당 해체’부터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언급하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김한표 의원은 “엄청난 격랑 속에서 다시 살려면 우리가 죽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당을 해체하고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가져 국민이 우리를 부를 때까지 깊은 성찰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홍 의원은 “우리가 살기 위한 방편으로 해체 수단을 쓰는 것은 제 생각과 다르다. 일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해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원내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진태 의원은 “원내대표의 (사죄) 퍼포먼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줬다. 보여주기식 이벤트·퍼포먼스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정 부분 사퇴 책임 있는 원내대표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자기 마음대로 건드리려 하고, 퍼포먼스 하는 것도 독단적으로 정하지 말고 같이 모여 함께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