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18일 라디오에 출연해 “5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가 회복된 것도 없다. 정상적인 근무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1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8년 전 법무부 간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고 이후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월 검찰 내 ‘여검사 성추행 진상 조사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이 출범했고, 서 검사를 추행한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을 비롯해 전·현직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 검사는 이에 대해 “성추행 부분은 고소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인사 보복 등이 중요 대상이 돼야 했다”며 “그럼에도 성폭력 전담 여검사들로 구성된, 수사단도 아닌 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검찰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처음부터 수사 의지와 능력 없이 조사단을 구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속기소 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조사 과정이 굉장히 부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과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 2차 피해도 호소했다. 그는 “(검찰 조직이) 공식적으로는 수차례 허위 발표를 해서 저를 거짓말쟁이 내지 피해를 미끼로 인사를 요구한 검사로 만들었다”며 “조사단에서는 기자들을 상대로 제가 협조를 하지 않아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허위 사실까지 유포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단 측에 수회에 걸쳐서 2차 가해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차 가해자들은 아무런 일 없이 잘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휴직 상태인 서 검사는 공황장애와 목디스크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휴직 연장서를 제출해 다음달 초까지 휴직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 검사는 “사실 처음에는 무조건 사표를 낸다고 생각을 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면서 “저 때문에 용기를 냈다는 많은 분들의 목소리, 그런 바람을 내팽개친 채 제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기는 좀 어려워졌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꿋꿋이 버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