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 납치 피해자 해결되면 대북 지원”…윤곽 잡혀가는 북·일 정상회담

입력 2018-06-18 13:2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오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남이 구체화되고 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18일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보도했다. 일본 언론이 보고 있는 일본-북한 간 정상회담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아베 총리가 8월 방북하는 방안 ▲9월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나는 방안 ▲9월에 뉴욕에서 열릴 UN 총회 때 만나는 방안이다.

일본 정부 측은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 의지가 있음을 피력해 왔다. 이는 북한이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납치된 17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벌인 납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총리 관저에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언급한 데 감사하며 북한과 직접 마주해 (납치 피해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6·12 회담을 비롯한 과거 북한과의 여러 차례 대화에서도 지속적으로 납치 피해자에 대한 해결을 요구해 왔다.

일본 언론은 8월에 방북해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시기는 가장 빠르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TV 인터뷰에서 “평양에 방북하는 것은 마지막 방안이며 일본인 납치 피해자 반환이 보장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총리의 방북이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도 봤다. 신문은 “평양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자본이 고갈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포럼 이후 회담을 갖는 방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 참여한 북한 측 인사에게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제안했다. 아베 총리 역시 참석할 것이 예상되면서 포럼 이후 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중국·러시아와 친선관계를 강화하려 시도했고, 중국과 러시아 측도 이에 화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비롯해 대북 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포럼에 참석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가 이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내 회담 가능성에 대해 니혼게이자이는 “러시아를 기쁘게 하는 것은 북한의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는 중국을 분노하게 할 수 있다”면서 “또 러시아는 일본의 동맹국이 아니기 때문에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회담 내용이 도청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UN 총회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회담 이후 북한 측과 추가 회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9월에 열리는 UN 총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공식적으로 다시 만나는 자리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크다. 아베 총리 역시 UN 총회 이후 김 위원장과 회담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UN은 여태까지 대북 제재를 진행해 온 기관이고, 김 위원장이 직접 미국 뉴욕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회담 준비에 앞서 북한 측에 ‘대북 지원’이라는 ‘당근’을 준비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비핵화 사찰 비용 지원,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의료품의 인도적 지원, 인프라 정비를 포함한 경제 협력의 세 단계로 대북 지원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측은 이런 대북 경제 지원이 납치 피해자 해결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