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갑질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동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어머니 이명희씨로 추정되는 여성의 욕설·폭언파일이 나온 적은 있지만 조 전 부사장 추정 파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니투데이는 18일 조 전 부사장의 남편 수행기사로 약 1년간 일한 A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A씨에 따르면 파일이 녹음된 시기는 2014년 12월, ‘땅콩 회항’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다. 당시 A씨는 남편의 점심일정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공개된 파일 속 여성은 “또 무슨 거짓말 했는지 이실직고해요” “이제 간땡이가 부었어?” “뭘 시정할 건데, 시정할 거 없어. 내일부터 나오지 마요” 등의 말을 쏟아내며 통화 상대인 A씨를 압박했다. 남성이 “시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딸을 걸고도 맹세하지만 그거 외에는 없어요”라며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여성은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급기야 이 여성은 “당신은 하루아침에 잘릴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월급 주는 사람이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A씨는 땅콩 회항 사건 이후에도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욕설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남편 수행기사 업무를 담당했지만 가끔 집안일을 맡거나 조 전 부사장의 기사 일도 같이했던 그는 “조 전 부사장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종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런 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이 날아왔다”고도 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아이들이 있건 남편이 있건 상관없이 소리를 쳤다. 본인 화가 나면 기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 자택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갑질과 폭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그만뒀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 병원을 찾았다가 스트레스성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뒤였다. 15년 이상 기사 일을 했지만 1년 만에 사표를 낸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A씨는 “조 전 부사장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머니투데이에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에 “회사 밖에서 일어난 개인적인 일”이라며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밀수·관세포탈·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로 관세청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달 4일과 8일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했으며, 지난달 24일에는 서울 양천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소환됐다. 남편 박모씨와는 지난 2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