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체류하는 예멘인 난민 수용 거부 청와대 국민청원이 참여인원 20만명을 돌파해 공식답변을 받게 됐다. 지난 13일 청원이 등록된 지 닷새 만이다. 이 청원은 18일 오전 5시50분 현재 20만3410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는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수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인터넷상의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입장인 네티즌도 있었지만 “이슬람 테러가 늘면 어떡하냐” “제주도민 안전이 걱정된다” 등의 의견도 많았다.
급기야 12일 ‘제주도 난민수용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했다. 청원 접수 나흘 만에 18만명이 동참했지만 16일 오후 돌연 삭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위 사실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된 청원 등을 삭제할 수 있다는 운영 규정에 따라 삭제했다”고 17일 한겨레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원 내용 중 문제가 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슬람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라는 문구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네티즌은 추측하고 있다.
이번에 ‘20만명 답변 기준’을 넘은 청원은 첫 번째 글이 삭제된 뒤 동의자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 등록자는 “한 달 무비자 입국과 달리 난민 신청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 온정의 손길을 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도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또 “다른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구태여 난민신청을 받아서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제주도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기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도 없다”며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을 먼저 챙겨달라”고 강조했다.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561명의 예멘인이 2015년 시작한 내전을 피해 제주에 입국했다. 이들 중 51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까지 42명에 머물던 난민 신청자가 5개월 만에 1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들은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제주까지 왔다. 제주 역시 비자 없이 30일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체류 기간에는 제주 내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30일이 지나더라도 난민 신청을 하면 더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 1일 이들에 대한 의료 및 생계 지원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난민신청자들은 제주도 내 난민지원체계의 부재, 심사 인력 및 통역자원 부족 등으로 심사 자체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기초적인 주거 및 생계수단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및 아동의 교육 등 필수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은 이에 14일 난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열고 이들의 생계지원에 나섰다. 한국어 교육도 지원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