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빙 로사노의 득점에 힘입어 멕시코가 독일을 격파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멕시코는 18일 0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독일을 1대0으로 꺾었다.
이번 경기는 한국과 같은 F조에 속한 경기로 국내 팬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멕시코는 신태용호의 2차전 상대이고, 독일은 3차전 상대다. 두 팀의 맞대결 결과는 신태용호의 16강 진출 로드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 입장에선 멕시코의 패배가 진출에 유리하다. 현실적인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독일이 객관적인 전력상 조 1위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멕시코와 스웨덴, 한국이 2위 자리를 두고 싸우는 형태기 때문이다.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고도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우승 했을 정도로 선발에 나서는 선수들과 벤치 선수들 간의 격차가 좁다. 유일한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전 전승한 팀이기도 하다. 멕시코 역시 북중미 1강으로 꼽히는 만큼, 각 대륙간의 자존심이 걸린 매치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멕시코는 지난 5번의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다(4승 1무).
첫 경기인 만큼 양 팀 모두 최정예 선수들로 경기에 나섰다. 독일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에 맞서는 멕시코는 4-3-3 포메이션으로 국내 팬들에게 가장 유명한 공격수 치라리토가 최전방에 나섰고, 로사노와 벨라가 공격을 지원했다.
◆ 전반전 : ‘환상적인 속도감’ 계속되는 멕시코의 공격, 당황하는 독일
독일에 맞서는 대부분의 팀들이 ‘선수비 후역습’이란 상당히 수비적인 전술로 들고 나오지만, 멕시코는 경기초반 라인을 내리지 않고 중원에서 맞불을 놓았다.
전반 2분만의 베르너의 날카로운 슈팅이 나왔다. 후방에서 길게 들어온 쓰루패스를 베르너가 빠르게 배후공간으로 침투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라인을 상당히 끌어올린 독일을 상대로 멕시코는 수비할 때는 역습을 대비해 벨라와 치차리토가 앞선에 나와 있으면서 나머지 선수들은 라인에 위치해 침착한 수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매서운 공격을 상대로 멕시코의 끈끈한 수비가 돋보였다. 독일이 중앙 밀집의 멕시코 수비형태를 뚫어내는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멕시코가 예상외로 독일의 매서운 공격에 잘 대응해 나가며 팽팽한 경기 흐름이 계속됐다. 전반 17분, 치차리토가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상황을 맞았으나 제대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가지 못하며 독일 수비진들의 육탄 방어아래 막히고 말았다.
중원에서부터 빠른 패스과정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멕시코에 독일 수비진들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중앙 수비 기초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가 연발되는 상황이 계속해서 나왔다. 중앙을 튼튼히 잡은 상황에서 사이드전환을 빠르게 해 측면공격을 하겠다는 멕시코의 맞춤 전술이 돋보였다.
멕시코에게 역습 찬스가 계속 찾아왔다. 전반 26분,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됐을 때 공을 이어받은 라윤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으나 제대로 감아 차지 못하며 골대 위로 높이 뜨고 말았다. 순간적인 멕시코의 역습 속도에 독일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어느 지점에서 형성해야하는지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독일 수비진들의 잔실수가 계속되며 전반 28분, 라윤의 낮게 깔아찬 슈팅이 노이어의 정면으로 향했다. 라인을 올려 공격에 나섰다 몇 차례 멕시코의 빠른 역습 전개에 위기 상황을 맞은 독일 선수들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계속해서 빠른 속도의 역습을 시도하던 멕시코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34분, 치차리토가 욕심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내준 골을 로사노가 퍼스트터치에 이은 개인기로 외질을 완벽하게 허문 후 깔끔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중앙을 단단하게 틀어막은 멕시코의 수비에 독일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독일이 자랑하는 빌드업과 공격전개가 전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멕시코의 순간적인 빠른 역습 속도가 돋보였던, 그리고 최강의 독일 수비진답지 않은 잔 실수가 연속됐던 전반전이었다.
◆ 후반전 : 계속되는 답답한 독일의 공격, 멕시코의 투혼
높은 지역까지 올라온 케디라와 토니 크로스가 멕시코의 역습 템포를 못따라가며 크게 애를 먹은 전반전이었기에, 독일은 후반 라인을 끌어올렸음에도 선수들 간의 간격을 좀 더 촘촘히 좁혀 나왔다.
득점을 위한 독일의 공격이 시작됐다. 후반 7분,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드락슬러의 처음으로 ‘독일’다운 슛이 나왔다. 중원에서 공을 공유하고 외질이 패스해 드락슬러가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후반전에도 전반전과 같이 독일의 답답한 공격전개와 이 틈을 노린 멕시코의 빠른 공격전개 양상이 반복됐다.
후반 12분, 베르너의 강력한 슈팅을 오초아가 막아냈다. 오프사이드 상황이었음에도 신들린 오초아의 선방이 돋보였다. 멕시코는 후반 12분, 공격의 첨병역할을 했던 벨라를 빼고 알바레스를 투입하며 조금 더 수비적인 형태로 돌아섰다
독일 역시 후반 15분, 분위기 전환을 위한 뢰브 감독의 첫 교체 카드가 나왔다. 측면 돌파를 위해 이번 경기에서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케디라를 빼고 로이스를 투입했다. 상대의 측면 붕괴로 동점골을 노리기 위해 외질이 조금더 내려서 플레이하는 가운데, 개인 돌파력이 좋은 로이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판단이었다.
로이스 투입 이후 독일이 조금씩 흐름을 되찾아 오기 시작했다. 후반 2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베르너가 위협적인 슈팅을 가져가는 등 계속해서 멕시코의 골문을 두드렸다. 치차리토가 전방에 마크 없이 혼자 남겨져 있을 정도로 득점을 위한 독일의 전진이 계속됐다.
로이스가 오른쪽에서 흔들고, 드락슬러가 왼쪽에서 흔들며 독일이 전반전보다 훨씬 공격의 다양성을 갖추게 된 모습이었다. 5-4-1형태로 중원 수비를 더욱 강화한 멕시코와 보아텡까지 공격진영으로 올라와 동점골을 노리는 독일의 싸움이 계속됐다.
멕시코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리하지 않고 하프라인 아래로 치차리토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내려와 수비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독일은 계속해서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결국 멕시코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경기는 종료됐다.
◆ 경기정보
독일0 - 멕시코1
멕시코 득점자 : 이르빙 로사노(34)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