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위협 무기’ 장사정포 철수 보도, 국방부가 두 번 부인한 이유

입력 2018-06-17 15:31 수정 2018-06-17 15:32

국방부가 17일 ‘북한 장사정포 후방 철수’ 관련 보도를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부인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일부 매체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의제에 대한 보도와 관련, 다시 한 번 국방부 입장을 알려 드린다”며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 측이 북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제안하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배치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에도 ‘우리 측, 장사정포 후방철수 제안 사실 아니다’라는 해명자료에서 “이번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우리 측이 북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제안하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관련 보도를 부인한 것은, 국방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장사정포 후방 철수 가능성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언론보도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는 최대 사거리 60㎞인 170㎜ 자주포(북한 명칭 주체포)와 240㎜ 방사포(다련장포)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300㎜ 신형 방사포까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이런 장사정포를 15~20개 대대 300~400문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장사정포는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공격이 가능한 무기다. 수백개의 장사정포가 우리 수도권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사격을 가하면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할 때 근거가 되는 무기가 장사정포다. 북한은 핵도발과는 별개로 2017년 4월 25일 창군기념일에 강원도 원산 해변에서 대규모 장사정포 화력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장사정포를 견제하기 위해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 155㎜ 자주포 대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과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등도 장사정포를 견제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장사정포 사격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해서 북한이 사격을 가하기 전에 이를 타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절대무기’인 핵무기와 함께 장사정포가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수도권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라는 북한 장사정포는 언제쯤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을까.

국방부는 “장사정포 후방 철수가 바람직하지만 아직은 너무 앞선 얘기”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이제 남북 장성급 회담을 한번 했을 뿐”이라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현재 논의 중인 사안들의 결과물이 나오면 나중에 논의할 의제”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을 논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장사정포 문제는 남북 관계가 원만하게 풀린 이후에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