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앞둔 ‘악동’ 마라도나, 러시아월드컵 ‘논란 2관왕’

입력 2018-06-17 10:56 수정 2018-06-17 15:24
디에고 마라도나(뒷줄 가운데)가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시가를 피우고 있다. 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58)는 현역 선수 시절에 ‘악동’으로 불렸다. 장내에서는 과도한 승부욕으로 반칙을 일삼았다. 1986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손으로 결승골을 넣은 ‘신의 손’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한 아르헨티나는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악동’ 행보는 장외에서도 계속됐다. 1991년 코카인 양성 판정을 받아 15개월 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고, 1994 미국월드컵에선 금지약물 양성 판정으로 대회 도중 귀국했다. 탈세는 환갑을 앞둔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여전히 500억원 안팎의 체납액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언, 폭행은 기본이었다.

마라도나의 불 같은 성격은 파파라치 대응법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집 앞까지 성가시게 따라붙은 파파라치를 향해 공기총으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파편에 맞은 파파라치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 시절을 대표했던 여러 축구스타가 그라운드를 떠나면 명성을 높여 오명을 지우고 살아가지만, 마라도나는 유독 은퇴 이후에도 악명을 이어갔다.

마라도나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가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1대 1로 무승부로 끝낸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 관중석에서였다. 두 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인 관중을 향한 인종차별적 행동, 또 하나는 경기장 내 흡연이었다.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하는 행위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경기를 관전하던 마라도나의 인종차별적인 행동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두 손으로 눈을 가늘게 찢는 행위로 조롱했다. 미주·유럽인이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행위다. 선수일 경우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FIFA는 장내에서 이 행동을 엄금한다.

콜롬비아의 에드윈 카르도나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에 1대 2로 패한 친선경기 때 우리 미드필더 기성용을 향해 손으로 눈을 찢는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FIFA는 카르도나에게 약 2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선수가 아닌 마라도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처벌이다.

인종차별만이 아니었다.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는 대형 현수막으로 금연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관중석에 있던 마라도나는 시가를 피우며 경기를 관전했다. 이 모습은 여러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규정 파괴자 마라도나가 러시아월드컵에서 FIFA에 2대 0으로 앞서고 있다”는 게시물이 떠돌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