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여자 중학교에서 흰색 속옷만 착용하라는 학칙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뜻에 공감했으며 조만간 학칙 개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달 초부터 부산 동래구 유락여자중학교의 계단과 벽에는 여러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GCDA(Girls Can Do Anything·여성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성적으로 보지 마세요” “뭘 입든 우리 자유” 등의 내용이었다.
6월부터 여름 교복을 입으면서 유락여중에서는 속옷 규제 논쟁이 불거졌다. 학교 측이 “겉옷 바깥으로 속옷이 비치지 않도록 흰 속옷을 입으라”는 ‘바른생활규정’에 근거해 복장 검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가 개인의 속옷의 색깔까지 결정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반발한 학생 200여명은 3일 단체 행동을 계획했고, 4일부터 학교에 곳곳에 항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학칙을 폐기하기 위한 탄원서 작성, 서명 운동도 이어졌다. 서명운동에는 4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고, 탄원서에는 “여성은 ‘브래지어’라는 속옷을 착용해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이를 입게 하는 것은 여성의 가슴을 ‘몸’이 아닌 ‘성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 때문”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학생들은 12일 교장과의 대화를 통해 속옷의 색깔을 흰색으로 규정한 학칙을 개정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14일에는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해당 내용의 건의사항을 학교에 전달했다.
유락여중 측은 학생들의 단체 행동을 제재하려고 했지만, 비교육적이라는 내부 지적에 따라 논의에 들어갔다. 또한 학부모와 교사를 상대로 학생 속옷 관련 학칙개정에 관한 의견을 구해 대부분 취합했으며 대체로 학생들의 뜻에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우선 학생들에게 속옷 색깔을 스스로 정해 입도록 하는 임시조치를 한 뒤, 학칙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