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아이슬란드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전반전을 마쳤다.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2018 러시아 월드컵’ D조 1차전 경기가 16일(이하 한국시간) 밤 10시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015 코파 아메리카,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타나리오까지 총 메이저 대회 3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지난 준우승의 아픔을 털어내고 이번 대회에서 리오넬 메시의 지휘아래 다시 한번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과의 경기가 취소되며 이달 들어 평가전을 치루지 않아 실전 감각에 대한 의문부호가 떠오르는 아르헨티나인 가운데, 앞서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연스레 라이벌 메시의 활약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아르헨티나는 곤잘로 이과인과 파울로 디발라와 에네르 바네가가 벤치에 있을 정도로 초호화 공격진으로 나섰다. 4-2-3-1 포메이션으로 아구에로가 원톱에 섰고 앙헬 디마리아와 메시, 막시 메사가 2선에 나섰다. 이어 중원은 에두아르오 살비오와 루카스 비글리아가 출전했고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마르코스 로호와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포백을 구성했다. 골문은 카바예로 골키퍼가 지켰다.
이에 맞서는 아이슬란드는 4-5-1 포메이션이다. 최전방에는 핀보가손을 세운 뒤 미드필더를 바르나손, 할프레드손, 시구르드손, 군나르손, 구드문트손으로 구성했다. 4백 수비는 세바르손, 시구르드손, 아르나손, 마그누손. 골키퍼 장갑은 할도르손이 꼈다. 예상대로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강의 공격진을 갖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상당히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 점유율의 아르헨티나, 높이의 아이슬란드
시구르드손이 경기 시작 1분도 채 되지 않아 매서운 슈팅을 날리며 매서운 경기의 포문을 열었다. 아이슬란드는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측과 달리 경기 초반엔 라인을 올려 전방압박을 하며 아르헨티나 공격에 ‘맞불작전’을 놨다. 아르헨티나에게 초반 흐름을 내주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최후방 수비의 롱볼 패스로 높은 신장을 이용해 공격을 풀어나갔다. 평균 신장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이용해 제공권 싸움에서 승부를 보려는 모습이었다.
전판 7분, 메시가 굉장히 위헙적인 프리킥을 날리며 타글리아피코가 다이빙 헤딩슛을 날렸으나 살짝 골대 왼쪽으로 빗나갔다. 아이슬란드의 공격이 이어졌다. 전반 8분, 핀보가손이 역습상황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으나 카바예로에게 막혔다. 곧바로 카바예로의 실수로 흘러나온 볼을 핀보가손이 이어 받아 골문을 노렸으나 살짝 빗겨나갔다.
평가전에서 매경기 실점을 했던 모습과 달리 아르헨티나 공격진을 상대로 침착하게 수비를 하며 맞서는 아이슬란드였다. 수비수들이 아르헨티나가 공을 소유했을 때 끌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지켜나갔다.
메시가 전반 15분, 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았으나 곧바로 수비 4명이 달려들어 슈팅을 저지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유율을 높여가며 메시의 조율아래 아르헨티나의 공간 찾기가 시작됐다. 아이슬란드는 초반과 달리 라인을 내려 수비에 집중했다.
전반 18분, 아구에로의 월드컵 첫 골이 터졌다. 박스 안에서 돌아서면서 빠른 템포의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메시 역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전반 20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살짝 빗겨나갔다.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의 빠른 템포에 끌려 나가는 모습이었다.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던 아르헨티나에게 찬물을 끼얹는 아이슬란드의 동점골이 선제골 실점 이후 4분 만에 터졌다. 시구르드손의 오른쪽 돌파 이후 굴절돼 흐른 행운의 볼을 핀보가손이 놓치지 않으며 득점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첫 골이 터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준비한대로 침착하게 자신들의 수비전술을 유지해갔다.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공간을 깨뜨리기 위한 아르헨티나의 노력은 계속됐다. 메시는 직접 득점을 노리기보단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공격을 조율했다.
전반 36분, 메시가 침착한 원투패스로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아이슬란드의 수비진에 끊겼다. 점유율이 2대8까지 밀리는 상황에도 역습을 통한 ‘한방’을 노리겠다는 아이슬란드의 강한 수비가 돋보였다.
살비오가 돌파하는 상황에서 전반 41분, 아이슬란드 수비수의 핸드볼 상황이 나왔으나 주심은 고의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코너킥을 판정했다.
이후에도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지루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종료됐다.
위협적인 아이슬란드의 역습 속도 아래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전통강호 아르헨티나를 잘 봉쇄해냈던 아이슬란드의 전반전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