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43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 피케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날렸다. 페널티지역 외곽 정면에서 절묘하게 감아 찬 슛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오른쪽 상단을 뚫었다. 스페인 골키퍼 데 헤아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의 해결사 호날두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포르투갈에 소중한 승점 1점을 안겼다.
호날두는 16일(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세 골을 몰아쳐 3대 3 무승부를 만들었다. 당연히 호날두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스페인의 코스타도 멀티골을 터뜨리며 분전했지만 호날두의 원맨쇼에 활약이 묻혀 버렸다.
이 경기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의 최고 빅매치였다. 양 팀은 승리를 위해 최고의 멤버들을 총동원했다. 포르투갈은 4-2-3-1 포메이션에서 호날두가 원톱으로 출격했다. 미드필드엔 게데스, 페르난데스, 무티뉴, 윌리암, 베르나르두 실바가 투입됐다. 수비는 게레이루, 폰테, 페페, 세드릭이 책임졌다. 골문은 파트리시우가 지켰다. 스페인 역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코스타를 두고 공격 2선에 이스코,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가 출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코케, 부스케츠가 배치됐다. 수비 라인은 알바, 라모스, 피케, 나초가 호흠들 맞췄고, 골키퍼 장갑은 데 헤아가 꼈다.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호날두가 스페인 페널티지역 안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나초에 걸려 넘어졌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전반 24분 스페인의 코스타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코스타는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골대 구석을 뚫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호날두는 전반 44분 게데스의 도움을 받아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스페인 골키퍼 데 헤아는 정면으로 낮게 날아온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실점했다. 포르투갈이 2-1로 앞선 채 전반이 끝났다.
포르투갈은 후반에 수비에 약점을 보이며 10분과 13분 각각 코스타와 나초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2-3으로 뒤진 포르투갈은 좀처럼 만회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승부의 추가 스페인 쪽으로 기우는 순간 호날두는 프리킥으로 거짓말 같은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