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호날두, ‘신계의 품격’ 보였다… 발롱도르 향한 질주

입력 2018-06-16 04:51 수정 2018-06-16 09:15
사진 = 게티이미지 코리아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꼽혔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B조 1차전이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6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위치한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치열한 혈투 끝에 3대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B조의 유력한 16강 진출 후보로 꼽혔기 때문에 이번 매치는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앞서 복병으로 꼽히는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 이란이 막판 행운의 자책골에 힘입어 모로코에게 1대0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패하는 쪽은 이후 일정에 큰 부담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스페인은 월드컵 개막전 하루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을 데려오는 초강수를 뒀다. 그렇기에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했던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축구 앞에 포르투갈이 어떤 공격 루트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스페인은 디에코 코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이에 포르투갈은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곤살로 게데스를 앞세운 투톱으로 맞섰다.

◆ 전반 : ‘호날두 멀티골’ 점유율은 스페인, 결과는 포르투갈

경기시작 2분 만에 포르투갈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호날두가 드리블해 전진하는 과정에서 나초가 발을 건드려 패널티킥 판정을 받아낸 것.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자신이 만들어낸 패널티킥 골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전반 3분 만에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을 기록했다.

마음이 급해진 스페인은 라인을 올려 공격적으로 나섰다. 빌드업 상황에서 부스케츠가 후방으로 내려오고 라모스가 전진해 공격을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스페인 역시 포르투갈의 날카로운 역습상황에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코스타가 전반 24분 개인기량으로 수비수들을 이겨내며 빠른 템포의 완벽한 오른발 슈팅으로 환상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페페와의 경합도중에서 파울이 있었냐는 판독이 있었으나 득점으로 인정됐다.

동점 이후에 스페인의 기세가 급속도로 살아 올랐다. 전반 25분, 이스코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근소한 차이로 골라인을 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이후에도 스페인은 짧고 빠른 템포의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전반 34분, 촘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이니에스타의 왼발 슈팅이 나왔으나 골대를 살짝 빗겨나갔다.

포르투갈이 상대 박스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스페인은 완벽하게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공세를 퍼부어나갔다. 하지만 전반 43분, 일방적으로 경기를 끌려나가며 틈틈히 기회를 엿보던 포르투갈에게 결정적인 상황이 찾아왔다. 호날두가 환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기록한 것.

경기 초반 포르투갈이 침착한 수비 속에 위협적인 역습 공격을 펼치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동점골 이후 완벽하게 스페인이 기세를 되찾아왔다. 하지만 끌려가던 포르투갈은 에이스 호날두의 ‘한방’이 있었다. 점유율은 스페인이 가져갔지만 경기는 포르투갈이 가져온 전반전이었다.

◆ 후반 : 환상적인 이스코, 호날두의 대회 첫 해트트릭

나쁘지 않은 볼 점유율과 경기력 속에서도 승리를 위해 흐름을 바꿔야 하는 스페인에게 고민이 찾아왔다. 전반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이스코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다. 스페인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빈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반전 선제 실점 이후처럼 라모스가 상당히 전진하여 중원을 조율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9분, 전반전에 골을 기록했던 코스타가 코너킥 상황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전반전 4차례 있었던 코너킥에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부스케츠가 높이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겨내며 이니에스타의 크로스를 코스타에게 전달했고, 코스타는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스페인의 역전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 12분, 전반 호날두에게 패널티킥 빌미를 제공했던 나초의 만회골이 터졌다. 이니에스타와 조르디알바, 이스코의 패스 연결과정중 뒤로 흐른 공을 나초가 골대 안쪽으로 강력하게 슈팅했다.

스페인은 경기흐름을 되찾아오자 완벽한 템포 조절로 경기를 지켜나갔다. 후반 22분, 포르투갈은 주앙 마리우를 투입하며 전술적인 부분에 변화를 뒀다. 이어 베르나르두 실바를 빼고 히카르두 콰레스마를 투입해 득점을 노리겠단 의지를 보였다.

이에로 감독은 후반 31분 코스타를 빼고 또 다른 공격 자원인 이아고 아스파스를 투입해 추가골을 노려보겠다는 여유를 보였다.

스페인은 계속해서 중원에서 트라이앵글과 다이아몬드 형태를 유지하며 볼 소유권을 지켜냈다. 오히려 리드하는 상황에도 나초까지 공격진영으로 올라와 압박하는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은 콰레스마의 투입으로 오른쪽 측면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스페인의 침착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엔 호날두가 있었다. 후반 41분, 피케의 파울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맞이하게 된 호날두는 수비벽 위로 올리는 환상적인 슛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팀으로선 완벽하게 스페인에게 패했지만 호날두의 ‘한방’이 있었던 포르투갈이었다.

◆득점 정보

스페인 3-3 포르투갈
스페인 득점자 : 디에고 코스타(24 , 55) 페르난데스 나초(58)
포르투갈 득점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03, 44. 88)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