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B조 1차전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양 팀 모두 한 골씩 기록하며 1-1로 전반전을 끝마쳤다. 포르투갈(FIFA 랭킹 4위)과 스페인(랭킹 10위)은 16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 위치한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B조의 유력한 16강 진출 후보로 꼽혔기 때문에 이번 매치는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앞서 복병으로 꼽히는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 이란이 막판 행운의 자책골에 힘입어 모로코에게 1대0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패하는 쪽은 이후 일정에 큰 부담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스페인은 월드컵 개막전 하루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을 데려오는 초강수를 뒀다. 그렇기에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했던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축구 앞에 포르투갈이 어떤 공격 루트를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경기를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각각 국가를 대표해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게 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은 디에코 코스타를 원톱으로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스코와 이니에스타, 다비드 실바가 중원진을 구축하고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코케가 3선에 위치했다. 조르디 알바와 제라드 피케, 라모스와 나초 페르난데스가 포백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다비드 데헤아가 꼈다. 이스코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행했던 것과 비슷한 ‘프리롤’ 역할을 맡았다. 이에로 감독은 이스코에게 수비가담을 최대한 자제하며 중앙 등 곳곳에서 공격을 풀어갈 것을 지시했다.
이에 맞서는 포르투갈은 에이스 호날두와 곤살로 게데스를 앞세운 투톱으로 나섰다. 이어 베르나르두 실바와 브루노 페르난드스가 측면을, 조앙 모티뉴와 윌리엄 카르발류가 중원을 맡았다. 세드릭 소아르스와 페페, 조세 폰테와 하파엘 게레이로가 포백을 이루고 골문은 후이 파트리시우가 지켰다.
경기시작 2분 만에 포르투갈의 기회를 맞았다. 호날두가 드리블해 전진하는 과정에서 나초가 발을 건드려 패널티킥 판정을 받아낸 것.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자신이 만들어낸 패널티킥 골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전반 3분 만에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을 기록했다.
너무나도 빠른 시간에 예상치 못한 실점을 한 스페인은 조금씩 삐그덕대는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볼을 소유했을 때 라인을 내리며 상대의 공간을 압박 나갔다. 오히려 빌드업 상황에서 부스케츠가 후방으로 내려오고 라모스가 전진해 공격을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9분, 다비드 실바가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다이렉트로 오른발 슈팅을 연결했으나 골대 위를 스쳐지나갔다. 포르투갈은 계속해서 라인을 내려 스페인 중원을 틀어막아 상대 공격의 물꼬를 측면으로 트는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라인을 올린 스페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 15분, 게데스가 라모스와 1대1 상황을 맞았으나 슈팅 타이밍을 놓치며 득점기회를 놓쳤다. 이어 전반 17분 부스케츠의 파울로 얻어낸 호날두의 강력한 프리킥은 수비벽을 맞고 튕겨 나왔다. 전반 21분 역습 찬스에서 호날두가 게데스에게 침착하게 공을 연결해 완벽한 골찬스를 만들어줬으나 아쉽게 골대 위를 스쳤다.
스페인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코스타가 전반 24분 개인기량으로 수비수들을 이겨내며 빠른 템포의 완벽한 오른발 슈팅으로 환상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페페와의 경합도중에서 파울이 있었냐는 판독이 있었으나 득점으로 인정됐다.
동점 이후에 스페인의 기세가 급속도로 살아 올랐다. 전반 25분, 이스코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근소한 차이로 골라인을 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이후에도 스페인은 짧고 빠른 템포의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전반 34분, 촘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이니에스타의 왼발 슈팅이 나왔으나 골대를 살짝 빗겨나갔다.
포르투갈이 상대 박스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스페인은 완벽하게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공세를 퍼부어나갔다. 하지만 전반 43분, 일방적으로 경기를 끌려나가며 틈틈히 기회를 엿보던 포르투갈에게 결정적인 상황이 찾아왔다. 호날두가 환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기록한 것.
경기 초반 포르투갈이 침착한 수비 속에 위협적인 역습 공격을 펼치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동점골 이후 완벽하게 스페인이 기세를 되찾아왔다. 하지만 끌려가던 포르투갈은 에이스 호날두의 ‘한방’이 있었다. 점유율은 스페인이 가져갔지만 경기는 포르투갈이 가져온 전반전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