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봉하쌀’을 올려놓고 엎드려 통곡했던 농사꾼. 그가 6·13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봉하마을에 있는 김해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김해을 국회의원의 당선인 이런 사연이 16일 여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김정호 당선인은 14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김정호 당선인은 참배 후 페이스북에 "당신의 뜻,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도지사와 함께 실현시키겠습니다. 수많은 바보 노무현과 함께 노무현의 꽃씨를 퍼뜨리겠습니다. 당신께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고 썼다.
김정호 당선인은 "저는 봉하를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봉하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의 정신과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김정호로 태어났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라는 다짐도 했다.
같은 날 트위터에는 “대통령님. 정호가 왔습니다. ‘정호야 수고했다. 고맙다.’ 당신의 음성이 제 귓가에 맴돕니다”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엎드려 참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호 당선인은 ‘봉하마을 비서관’으로 불린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퇴임한 뒤 함께 봉하마을로 귀향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지막을 함께 했다.
김정호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봉하마을을 떠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친환경농업을 이어하기 위해 영농법인 봉하마을의 대표를 맡아 '봉하쌀'을 만들어 팔아왔다. 오리농법, 봉하쌀, 봉하막걸리 등이 김정호 당선인의 손을 거쳤다.
온라인에는 김정호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어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최근 장면과 2009년 같은 장소에서 엎드려 우는 장면을 비교하는 장면이 계속 퍼졌다. 김정호 당선인은 자신의 손으로 농사 지은 첫 ‘봉하쌀’을 묘역에 올린 뒤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은 이광재 전 강원도 도지사가 과거 개인 블로그에 공개해 알려졌다. 이광재 전 도지사는 “올해 농사지은 오리쌀을 추수해서 대통령 묘역에 바치며 통곡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을 잇기 위해 김정호 당선인이 무던히 노력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정호 형님! 형님 운 얘기 일기에 써서 미안하다”고 적었다.
김정호 당선인은 지방선거 운동 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30년이 넘은 인연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자신의 결혼사진을 공개하며 “1988년 제 결혼식 주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봐주셨다”고 적었다.
김정호 당선인은 그동안 봉하마을 대표를 지내며 정치와 거리를 뒀다. 그러나 김경수 당선인이 경남지사 출마를 위해 김해을 지역구를 비우게 돼, 전략 공천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